침묵깨고 들고 일어나 72시간 릴레이 기도회 ‘주님을 찬양합니다’ 울려퍼져

[세계교회 점 잇기 <5>] 홍콩교회 ‘송환법 반대’ 시위 동참

홍콩 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신자들이 복음성가 ‘주님을 찬양합니다’를 부르고 있다. 이 노래는 시위 참여자들의 주제곡으로 떠올랐다. NTDTV 방송화면 캡처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송환법)을 두고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9일 100만(경찰 추산 24만) 홍콩시민은 거리로 나와 송환법 개정에 대한 거센 반대를 표현했다. 홍콩 인구가 750만명임을 고려하면 대단한 숫자다. 홍콩 입법회는 당초 12일 심의를 거쳐 20일 표결로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시위에 놀라 행정장관 캐리 람이 15일 개정안 추진을 무기한 연기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9일 시위 말미 경찰의 진압 과정과 함께 시민의 공분을 샀다. 이튿날 이번에는 200만명에 가까운 시민이 다시 거리로 나와 송환법 개정안 폐지와 행정장관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번 대규모 시위는 송환법으로 불거졌지만 그 깊은 바닥에는 홍콩시민의 두려움이 깔려있다. 1842년 대영제국은 중국(청나라)과 벌인 아편전쟁 후 난징조약으로 홍콩을 할양받았다. 홍콩은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됐다. 이때 홍콩은 2047년까지 50년 동안 중국 본토와는 달리 영국이 만든 사회체제를 유지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제도)를 약속받았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홍콩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종교적 자유, 인권을 제한하려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친(親) 베이징 홍콩정부가 송환법을 개정하려고 하자 홍콩시민은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홍콩에 기독교가 전해진 것은 영국령이 되기 1년 전인 1841년이다. 그때부터 홍콩에서 기독교는 학교 병원 복지시설 등 제도 속에 깊숙이 들어가 선교 활동을 해왔다. 현재 홍콩 전체인구의 12% 정도(개신교 6.5%, 가톨릭 5.1%)가 범기독교 신자다. 수는 적어도 미션스쿨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신자들은 정치 경제 교육 등 영역에서 엘리트층을 이루고 있다. 람 행정장관도 가톨릭 신자다.

홍콩교회는 평소 사회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2014년 도심을 점거했던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 우산혁명)’ 주최 측 중심에 목회자와 기독학생들이 있었지만 홍콩교회는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홍콩교회도 일제히 나섰다. 단순히 반중(反中) 정서로 송환법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 송환법이 개정되면 홍콩교회가 중국 본토에서 다방면으로 해온 선교활동에 제약을 받을 게 뻔했다. 결국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미래가 올 수 있음을 홍콩교회는 두려워한 것이다. 홍콩교회는 중국 본토에서 십자가를 걷어내고 교회 건물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격했다.

홍콩기독교목회자연합성명위원회가 페이스북에 사무엘하 말씀과 홍콩 정부부처 공무원을 위한 기도 제목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캡처

홍콩정부의 송환법 개정 계획이 알려지며 홍콩교회는 교단별로 반대성명을 내고 대규모 시위 전에는 작은 기도회를 열었다. 송환법 개정법안 심의를 앞두고선 72시간 연속기도회를 개최했다. 개교회들도 송환법 반대 기도회를 열었다. 정부청사 앞에서 저녁기도회를 드렸다. 11일 저녁기도회를 마친 신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밤새 ‘주님을 찬양합니다(Sing Hallelujah to the Lord)’를 불렀다. 이 복음성가는 시위에 참여한 홍콩시민이 함께 부르기도 했다.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전해진 찬양 동영상은 뭉클한 감동을 줬다.

세계기독학생연맹 아시아태평양 대표 실행위원 종효분(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국제부) 간사는 이번 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를 통해 홍콩교회가 보수·진보 할 것 없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홍콩사람으로서 송환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신앙인으로서는 이번에 많은 교단이 같은 입장으로 기도회까지 한마음으로 모여서 하니 너무 감동적이죠. 기독교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다음 달 1일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2년이 된다. 일국양제가 보장된 50년 가운데 절반가량 남았다. 2014년 우산혁명 당시 집회 해산 명령 거부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고 17일 석방된 조슈아 웡(23)은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미션스쿨을 다녔다. 그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앞으로 28년 후 홍콩은 온전히 중국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그 전에 법안 하나가 본토 정부에 전면적으로 새로운 권력을 줄 수 있다. 홍콩의 젊은 세대는 이를 거부한다. 그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은 쓰러진다”고 적었다. 다음세대의 자유로운 종교활동이 위협받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믿음의 형제자매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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