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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라동철] 제주 제2공항 정말 필요한가


제주공항 포화상태라 제2공항 건설이 불가피하다지만
관광객 급증하면 자연경관 훼손되고 고유의 매력 잃게 돼
반대 여론 무시하고 강행해선 안돼… 공론조사 등 거쳐 제주도민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제주도는 섬 전체가 관광자원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로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성산일출봉과 만장굴 등 용암동굴, 한라산 백록담, 곳곳에 산재한 360여개의 오름(기생화산), 수령 수백년의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는 비자림숲, 자연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형성된 비경(秘境) 쇠소깍, 아름다운 해변, 독특한 숲지대인 곶자왈, 해안의 웅장한 폭포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보석 같은 섬이다.

그런 제주가 요즘 홍역을 앓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놓고 도민들이 찬반으로 갈려 갈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11월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00만㎡ 부지에 연간 25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2공항을 2025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도민들은 70%가량이 찬성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대 여론이 커졌다. 삶의 터전을 뺏기게 될 성산읍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입지 선정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가 왜곡됐다며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국토부는 지난해 6∼11월 재조사를 진행하고 반대 측 인사들도 참여하는 재검토위원회를 운영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제주시에서 개최하려던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가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종 보고회를 갖고 오는 10월 기본계획 고시를 예고하는 등 제2공항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제주공항 수용 능력이 연간 2600만명인데 지난해 이용객이 2945만명일 정도로 포화상태여서 제2공항 건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항공기가 몰려 평소에는 2분, 연휴에는 1분43초마다 이착륙이 이뤄지고 있어 충돌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공항 시설 확충 공사가 끝나면 여객처리 능력이 연간 3100만명으로 늘어나지만 그것만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제주 방문객이 2025년 3900만명, 2035년 45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하수 오염, 쓰레기 투기, 교통체증 심화, 난개발, 땅값 및 임대료 상승 등으로 섬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제2공항이 들어서면 이런 부작용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한다. 관광객이 몰려들어 관광지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인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관광)을 경계하는 목소리다. 관광객이 증가하면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게 돼 제주 고유의 특색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제주 동쪽 중산간지대 비자림로의 울창한 삼나무를 베어내고 도로를 확장하고 있는데 이는 제2공항 건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이 같은 현상이 섬 곳곳에서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훼손되면 제주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인 매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성산읍대책위와 범도민행동은 제주공항을 확장하면 늘어나는 관광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세계 최대 항공 컨설팅 회사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보고서를 내세운다. ADPi는 국토부 의뢰로 제2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행했는데 ‘제주공항의 보조 활주로를 연장하거나 근접 평행 활주로를 추가 건설할 경우 2035년 정점을 이루는 것으로 예측한 제주공항의 항공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제2공항이 차질을 빚을까봐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공익감사 청구를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2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 제주도민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므로 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외지 관광객과 제주도민의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주민들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도민들이 토론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토부와 비슷한 입장이다. 제2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론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23일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열린 ‘2019 제7회 세계人제주 외국인 커뮤니티 제전’에 참가한 모로코 카사블랑카 출신 오말 베나실라씨는 이렇게 말했다.“좀 천천히 갔으면 한다. 너무 많은 새 건축물들, 너무 급속한 개발, 제주 사람들 이제 제발 숨 좀 돌리고 성장 위주의 개발을 멈추고 삶을 스스로 둘러보고 여유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팽창과 개발 위주의 관광정책에서 벗어나 제주의 진정한 가치, 제주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국토부와 원희룡 지사가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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