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외교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비핵화 관련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그 정점을 이루었다. 중요한 외교 이벤트가 이어지는 이 시기에 전기를 만들지 못하면 대화 프로세스가 궤도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점을 관련국들이 의식하고 나름의 노력을 경주한 결과다. 북·미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며 대화 의지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도 북유럽 방문 등의 국제무대에서 비핵화 대화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예상치 못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도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에 동력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당분간은 대화 프로세스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북·중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는 대화 프로세스를 유지함으로써 북·미가 신뢰를 구축해갈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의 개입에 우려를 표하던 작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실질적인 대화가 언제 시작될지,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모두 미지수다. 북·미의 견해 차이가 쉽게 좁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화 국면에서 우리 정부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태세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는 북·미가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돌파구를 만들기보다 상황관리 차원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국면이 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가 신한반도체제와 같은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으로부터는 대북 제재를 유지하라는, 북한으로부터는 남북 협력에 적극 나서라는 압박을 받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이런 어려움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능동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북한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의 진전된 행동에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한 상응조치를 지금까지보다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점차 남북 관계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북·미 대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상황이다. 이는 바람직한 변화이나 최근 북한이 여러 번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표명함에 따라 새로운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역시 남북 관계가 북·미 대화를 촉진하던 2018년의 상황과는 다소 다르다. 이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복잡한 한반도 상황에서 대화의 동력은 그때그때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이 점에 대해 한·미 사이에 강한 공감대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도 한국 정부가 남북 경협 등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너무 소극적이라는 데에서 비롯된 것인데 북·미 관계 발전은 이러한 장애 요인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북·미 대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소위 ‘통미봉남’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보다는 남북의 정치 및 군사적 협력의 제도화를 포함한 더 대담한 한반도 구상을 갖고 남북 관계에 임해야 한다.

현재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는 희망적 사고에 기대거나 한두 번의 이벤트로 해결될 수는 없다. 객관적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변화하는 상황에 부합하는 대담하면서도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 우리가 작년의 대화 프로세스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이남주(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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