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세상병원 수족부클리닉 장규선 원장이 지난달 13일 무지외반증이 생긴 30대 여성의 발을 살펴보고 있다.

직장인 한모(37·여)씨는 시원하게 발을 드러내놓는 여름이면 오히려 발가락을 감추기 바빴다. 보기 싫게 휘어진 엄지발가락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작은 키 콤플렉스로 하이힐을 즐겨신었다는 그녀는 이젠 보기 싫게 휜 발가락이 콤플렉스가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가락 변형은 점점 심해졌다. 걸을 때마다 튀어나온 부위에 신발이 스치면서 통증도 발생했다. 신발을 신기 겁날 정도도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은 한씨는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았다. 단순히 콤플렉스라고 여겼던 발가락 변형이 병이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손과 발은 각각 27개, 26개의 뼈에 인대 신경 힘줄 근육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질환도 다양하다. 특히 체중의 60% 가량을 지탱하는 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심하면 보행이 불가능해지고 발목이나 무릎, 고관절(엉덩이관절), 허리 등 다른 부위에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바른세상병원 수족부클리닉 장규선(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1일 “수족부(手足部) 질환은 무릎이나 허리 질환과 달리 증상을 오래 방치하다 뒤늦게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특히 무지외반증의 경우 엄지발가락 안쪽 볼의 통증으로 인해 아픈 부분을 바닥에 딛지 않고 걸으려 하면서 정상 보행이 힘들어지고 무릎 관절염이나 허리 디스크까지 유발해 이중고에 시달리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무지외반증 진료 환자는 지난해 약 6만명에 달했고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무지)이 발 바깥쪽으로 심하게 휘고 엄지발가락 관절이 발 안쪽으로 튀어나오는 병이다. 굽이 높고 볼 좁은 신발을 오래 신으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평발이나 유전적 원인인 경우도 있다. 신발 등 환경적 요인이 60%를 차지한다. 발에 꽉 끼는 하이힐이나 본인 발보다 작은 신발을 신는 여성들에게 자주 나타나 ‘하이힐병’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키높이 신발이나 뒷굽에 깔창을 즐겨넣는 남성들이 늘면서 남성 무지외반증 환자도 증가 추세다. 특히 하루종일 구두를 신고 걷거나 운전하는 남성 샐러리맨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대표적 증상은 엄지발가락 관절이 돌출되며 빨갛게 붓고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엄지발가락 부분에 굳은 살이 생겨 또 다른 통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두 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과 겹치거나 발가락 관절이 탈구될 위험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 무지외반증을 병이라기보다 단순 발가락 콤플렉스 쯤으로 여겨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는 점이다. 무지외반증은 치료 전까지 발가락 변형이 계속 악화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려면 되도록 굽이 높지 않고 볼 넓은 신발을 착용하는 게 좋다. 변형이 심하지 않다면 기능성 신발, 특수 깔창, 발가락 교정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휘어진 정도가 심하거나 다른 발가락까지 변형이 이뤄진 경우, 비수술 치료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무지외반증 수술은 변형된 엄지발가락 주변으로 중요한 신경과 인대, 혈관들이 있기 때문에 수술 시 그 주변 조직의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기존 수술법은 변형된 뼈를 교정하기 위해 엄지발가락 안쪽을 5~6㎝ 절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수술 후 통증과 더딘 회복 속도로 인해 환자들의 부담이 컸다.

하지만 최근 도입된 ‘무지외반 최소침습교정술’은 절개 없이 2~3㎜의 작은 구멍 1~2개를 뚫어 변형된 뼈를 교정하기 때문에 흉터와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무지외반증은 발 변형 정도에 따라 초·중·말기로 구분하는데, 이 방식은 초·중기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중기 이상의 환자라도 변형이 매우 심하지 않다면 최소침습 교정술을 시행할 수 있다.

무지외반증과 함께 수족부클리닉을 많이 찾는 손 질환이 바로 ‘척골충돌증후군’이다. 손목 관절에는 요골과 척골이라는 두 개의 뼈가 있는데, 그 중 척골은 새끼손가락 쪽에 있는 뼈를 말한다. 척골충돌증후군은 척골 뼈가 정상보다 길어지면서 손목 관절의 새끼손가락 쪽에 과도한 하중이 반복적으로 가해지고 이로 인해 심한 통증, 관절운동 제한, 근력 감소를 겪는 질환이다. 선천적으로 척골의 길이가 길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주부, 요리사, 운동선수 등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 외상으로 골절이 발생하거나 관절의 불안정이 생기면서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른세상병원 김동현 정형외과 전문의는 “손목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꺾을 때, 손목을 비틀 때, 손을 짚고 일어날 때, 손목을 회전시킬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생긴 지 얼마되지 않았다면 약물치료나 보조기 교정, 운동 치료 등을 우선 시행한다. 하지만 6주 정도 이런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다면 길어진 척골을 단축하는 수술을 고려하는 게 좋다. 역시 기존 방식보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흉터와 통증을 줄인 수술법이 도입돼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인 바른세상병원은 무릎·어깨 등을 치료하는 관절 클리닉과 별개로 수족부 전담팀을 따로 두고 손·발 특화 진료로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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