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던 양측의 비핵화 협상을 단박에 대화 국면으로 복귀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합의에 따라 리용호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양측의 실무협상 라인이 이르면 이달 중순 가동된다. 속내까지는 몰라도 겉으로 드러난 두 정상의 협상 타결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김 위원장은 통일전선부가 맡았던 실무협상의 책임을 외무성에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사실상 대북 협상에서 배제하고, 김 위원장에게 미국측 카운터파트를 고르라고까지 했다. 실패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의 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처럼 북·미 관계는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으나 남북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한·미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는 다음에 다시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뤄질 것이라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여태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한·미 정상회담 전 만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마저 묵살당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회동 제의는 즉각 수락했다. 북·미 관계 개선 없이 남북 관계 진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문제가 그렇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가 유효한 이상 남북 경제교류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지난해와 달리 남북 대화와 교류에 소극적인 까닭도 경제적 이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 입장에선 경제적 실익이 없는 남북 대화와 교류는 체제 유지에 하등 도움이 될 게 없다.

정부는 국제사회를 통해 인도적 대북 쌀지원을 재개했다. 남북 관계가 지난 정권 때에 비해 개선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우리가 하고 싶어도 유엔 결의 때문에 못한다. 이런 문제들은 중장기 과제로 미루고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추진하는 게 순서다. 평양공동선언문에는 이산가족 상봉,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등 북·미 관계와 상관없이 남북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들이 그득하다.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후속 남북 대화도 빠른 시일 내에 열려야 한다. 사상 첫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으로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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