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에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가장 큰 이유로는 직업의 안정성을 들 수 있다. 중대한 과오가 없다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매력이다. 일반 공무원의 정년은 60세이지만 더 긴 직렬도 있다. 교사는 62세이고 검사는 63세(검찰총장은 65세)다. 정년 보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민간기업 종사자들에겐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데도 검찰 역사를 통틀어 정년퇴임한 검사는 20명이 안 된다. 상명하복과 기수문화가 강한 조직 특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검사들은 사법연수원 동기나 후배에게 밀려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면 사표를 던지는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 고등검사장 승진과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고위급 검사들의 줄사표를 차기 총장의 조직 운용에 부담을 주지 않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한 용퇴(勇退)로 여기는 시선도 있다. 설령 그런 측면이 있더라도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검사들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퇴직하면 변호사로 인생 2막을 열 수 있고 검찰에서 쌓은 인맥과 전관예우에 기대 큰돈을 벌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군인이나 경찰은 계급사회라 상명하복이 더 철저하지만 후배가 상관이 됐다고 스스로 옷을 벗는 경우는 거의 없다. 퇴직하면 생계를 이어갈 방안이 마땅치 않으니 그냥 버티는 게 대다수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도 승진에서 밀렸다고 옷을 벗는 검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년이 65세(대법관·대법원장은 70세)인 판사들의 줄사표 현상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19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윤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로 현 문무일 총장(18기)의 5기수 아래다. 그 사이에 선배나 동기들이 30명 남짓이다. 예전 같으면 줄사표 움직임이 있었을 테지만 현재까지 사퇴한 검사장은 3명뿐이다. 워낙 파격 인사라 대상자가 많고 전관예우가 예전 같지 않아 주저하는 것일 수 있겠다. 조직 불안정을 우려해 만류하는 흐름도 있고, 윤 후보자가 선배 기수들보다 나이가 많은 점도 작용한 것 같다. 후배가 추월했다고 무더기로 사표를 던지는 조직문화는 시대착오적이다. 직급이 어떻든 직분을 다하다 정년퇴임하는 검사들이 더 많아지는 게 검찰이나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윤 후보자가 임명되고 검사장급 인사가 단행될 때쯤이면 그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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