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사실상 차단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우리 법원의 판결로 일본 기업이 책임을 지게 되자 나온 조치다. 외교 문제를 무역 분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의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입법·사법·행정부의 독자적 권한을 인정하는 원칙은 일본도 다르지 않은데,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사법부 판단을 이유로 이런 일을 벌였다. 이것이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일본은 스스로 인정했다. 관방부 부장관이 “징용 판결과 무관하다”고 강변한 것은 판결과 교역의 연계가 논리적으로 황당함을 자인한 것과 다르지 않다. 수십 년간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 숱하게 소송을 냈고 번번이 억울한 패소를 당했지만, 그 판결이 외교 영역을 넘어 보복과 실력 행사로 비화된 적은 없었다. 일본 정부는 지금 선을 넘었다. 상대국의 법치와 삼권분립을 부인하는 위험하고 오만한 길을 가고 있다.

이것은 일본의 경제적 도발이다. 엄중하게 그러나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예상했던 수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련 기업도 재고 물량을 확보하는 등 대비해 왔다. 우리 기업의 피해가 가시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교묘하게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타깃으로 했다. 장기화되면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서둘러 해결해야 하지만, 접근법은 철저히 경제와 무역의 차원에 머물러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자유무역을 부르짖더니 회의가 끝나자 돌변해 수출 규제를 들고 나왔다. 7월 하순 참의원 선거를 겨냥했을 것이다. 불합리한 노림수에는 그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무역 문제를 풀겠다고 섣불리 징용 문제를 건드린다면 일본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며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두 사안을 철저히 분리해 대처하기 바란다.

과거사를 비롯한 전반적인 한·일 관계는 경제 보복과 무관하게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오랜 세월 양국은 근본적 해결을 시도하지 못한 채 봉합만 거듭해 왔다. 누적된 갈등은 한계에 이르렀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언젠가 정리해야 할 일인데 지금이 적기인지, 세월이 더 필요한지, 국익과 관련자들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냉철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그 결론에 따라 치밀한 로드맵을 만들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어설피 대응했다간 이번처럼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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