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담 이후 ‘핵동결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국 정부 일각에서 북핵 협상의 목표를 완전한 폐기 대신 동결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와 거리가 멀다. 북한의 핵 보유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상황이 된다.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즉각 부인하고 나선 터라 당장 가시적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한쪽에서 하는 일을 다른 쪽은 잘 모르는 트럼프 정부의 특성상 이런 움직임이 실재한다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하며, 그런 기류는 우리가 촉각을 세워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핵동결은 북한 비핵화의 입구일 뿐 결코 출구가 될 수 없다. 과거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 수준에서 멈춰 세웠던 타협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느슨한 봉합은 항상 불씨를 남겼고 그것은 더 심각한 화근이 돼서 지금 북한이 핵보유를 주장하게 했다. 우리가 협상을 통해 얻으려는 평화와 공동 번영은 그런 불씨가 제거된 핵 없는 한반도에서만 가능하다.

비핵화의 최종 상태는 북한에 더 이상 핵무기와 핵시설이 없다고 충분히 검증되는 것이어야 한다. 이 목표가 흔들려선 안 될 불변의 가치인 만큼 그것을 향해 가는 길에는 거꾸로 유연함과 탄력성, 심지어 상상력이 필요할 수 있다. 북·미 하노이 회담이 비핵화 목표의 비타협성 때문에 결렬됐다면 뜻밖에 성사된 판문점 회담은 유연한 방법론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이제 진행될 실무협상은 그동안 확인한 입장 차이를 조율해가는 과정일 테고 양측은 전보다 탄력적인 카드를 꺼내들게 될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미 “싱가포르 선언의 동시적, 병행적 진전”을 언급하면서 유연한 접근을 시사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와 관련해 “협상의 일정한 시점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단계로서, 비핵화의 진입로로서는 핵동결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이를 최종 상태로 상정한다면 유연한 협상이 아니라 길을 잃어버린 협상이 되고 만다. 한국 정부의 역할은 이제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데 머물 수 없게 됐다. 대화가 방향을 잃지 않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길잡이 역할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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