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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염성덕] 한전의 눈물과 반격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탓에 적자 늘어난 한전… 국민은 전기요금 폭탄 맞을 운명


박근혜정부 시절 한국전력에 자료를 요청했다. 해외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정부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이 해야 할 일과 워룸(War Room)의 기능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한전은 원전 강국들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이유와 배경을 상세히 밝혔다. 전문가들을 모아 워룸을 운영한 노하우도 설명했다.

한전은 초년병이었지만 내로라하는 나라들을 녹다운시키고 UAE 원전 사업을 수주해 막대한 국부를 창출했다. 수주금액 21조원, 연관 산업 파급 효과 30조원, 일자리 창출 11만개를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한전은 원전 공급자가 공사비를 조달하는 방식의 터키 원전 수주전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앞으로 수주전에서 이기기 위한 방안을 담은 자료도 제공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올해 3월 한전에 자료를 요청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 규모와 워룸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는 자료를 달라고 했다. 한전 관계자는 “탈원전 관련 자료는 없다”고 거절했다. 그는 “워룸은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자료를 받지 못했다.

한전과 계열사들의 비관적인 영업 실적이 쏟아졌다. 3년 전에 순이익이 12조원에 달했던 한전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만 629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초우량 기업이었던 한전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직격탄을 맞아 나락으로 떨어졌다. 주식 시장의 반응은 엄혹했다. 3년 만에 한전 주가는 60%가량 빠졌다. 한전은 적자투성이의 영업 실적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원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의 추상같은 모습이 어른거려 팩트를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전 이사회는 배임죄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의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 약속을 받았는지, 압력에 밀렸는지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가구당 여름철 전기요금을 1만원가량 할인하는 방안과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한 것이다. 한전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국민의 하계 요금 부담을 완화하고 재무 여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전이 개편안을 인가 신청하면 정부가 법령과 절차에 따라 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전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선언한 셈이다.

값싼 원전을 줄이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면서 기업 가치를 유지하려면 전기요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 선언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원전 비중을 줄일수록 전기요금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에 전력 수급은 불안해지고, 국민은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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