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맏딸의 ‘맛집’으로 이름난 스테이크 전문식당을 서너 명이 찾아갔다면 1인분쯤 적은 음식을 주문해 나눠 먹는 편이 낫다. 일행이 3명이면 2인분, 4명이면 3인분으로 충분하다. 이 식당의 음식은 양이 많고 비싸다. 3명이 저녁에 찾아가 1인분씩 먹으면 최소 20%의 봉사료를 포함해 120달러 넘게 지불할 수도 있다. 1달러를 1150원으로만 환산해도 13만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다.

하와이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숙소를 고르면서 주차장이나 발레파킹(대리주차) 비용을 확인하는 게 좋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많은 여행자가 이 변수를 놓쳐 손실을 본다. 호텔은 대부분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무료가 아니다. 주차장이 없어도 24시간을 기준으로 40달러 이상을 청구하는 곳도 있다. 하루 숙박비로 2만원을 아끼려다 발레파킹 비용으로 5만원씩 지출하면 속이 쓰린 게 당연하다.

하와이의 스노클링 명소 하나우마베이에서 라커 열쇠를 분실하면 당황하지 말고 신용카드로 신분을 증명한 뒤 25달러를 지불하면 된다. 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 투기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곳에서 라커 열쇠를 분실하면 괜한 죄책감이 든다. 하지만 돈만 지불하면 직원이 “걱정 말라”고 안심까지 시켜준다. 세상일을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지만, 한국인 1명당 하루에 30만원 이상을 소비한다는 미국의 대표 휴양지 하와이에서 웬만한 문제는 돈으로 해결된다. 하와이의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 사용은 금지된다. 하와이주는 보행자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를 억제할 목적으로 ‘산만한 보행금지법’을 2017년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최소 15달러, 많게는 99달러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속요원에게 주의만 받고 넘어갔다면 매우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공항에서 항공권을 분실하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놀룰루 대니얼 K 이노우에 국제공항은 이런 걱정을 조금 덜어준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국적의 여행객을 맞이하는 이 공항의 직원과 보안요원은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이미 숱하게 응대했다. 표정과 손짓만으로 눈치를 채고 항공권을 다시 발급할 항공사 창구로 안내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조금도 유용하지 않은 이 여행 정보는 다소 이르게 여름휴가를 다녀온 하와이에서 실패를 반복하며 쓴 경험담이다. 저금통을 뜯어 동전 한 닢까지 털어낼 만큼 큰마음을 먹어야 했던 하와이 여행을 머릿속으로 다시 그려보면 제법 그럴싸하게 세웠던 계획을 망친 순간들만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잠시 얼굴을 찡그려 자책한 뒤에야 아름다운 해변과 이국적인 원시림이 머릿속으로 펼쳐진다.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 촘촘하게 짠 계획은 언제나 여로에 들어선 순간부터 하나둘 엇갈리고 틀어진다. 지도를 잘못 읽어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분실물을 찾아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고, 현지인을 붙잡고 도움을 청할 일이 여행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SNS에서 보지 못한 풍경, 블로그의 꿀팁에 적혀 있지 않은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오직 여행의 실패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다.

발레파킹 비용을 줄여보겠다고 무료 주차장을 찾아 한밤중 호놀룰루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것은 인적 드문 골목에 수십m 늘어선 서프보드의 팝아트 같은 야경이었다. 라커 열쇠를 잃어버려 30분 넘게 해변을 이리저리 헤매지 않았으면 하나우마베이의 고운 모래가 발을 감싸는 촉감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곤봉을 허리춤에 찬 보안요원의 단호한 표정이 도움을 청하는 외국인 앞에서 친절하게 바뀐 순간은 공항에서 항공권을 분실할 정도의 다급함이 없었으면 마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행의 실패는 풍성한 경험을 선물한다. 정해놓은 길에서 벗어났을 때, 예상하지 못한 벽과 마주했을 때, 그렇게 빈틈없이 세운 줄로만 알았던 계획이 틀어졌을 때 멈추거나 돌아가고 때로는 상심해 주저앉아 울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여행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출구를 찾았고 목적지에 도달했다. 우연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이때 찾아온다. 가끔은, 일부러 길을 잃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철오 스포츠레저부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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