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치졸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분노해야 마땅하다. 이와 별도로 그동안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가 무대응·무대책으로 일관했고, 이에 대해 언젠가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는 게 처음 알려진 건 지난 30일 산케이신문 보도를 통해서다. 하지만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밤늦게까지도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보복 조치를 발표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파트너인 산업부는 일본의 제재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강제징용 관련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 자산 압류가 실제 행해지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지지통신도 같은 달 일본 정부가 대한국 보복 조치 목록을 작성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에 네트워크가 있는 전문가들도 심상찮은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외교부의 책임이 무겁다. 일본 정부가 1965년 맺은 청구권 협정에 따라 분쟁 해결 절차 중 첫 단계인 양국 간 외교협의를 요구한 게 지난 1월이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나 몰라라’ 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강 장관이 책임을 지고 챙겼어야 했다. 강 장관의 무대응은 일본과의 협의에 소극적인 청와대의 분위기를 읽고 ‘알아서 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대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청와대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신호를 모두 무시했다. 아무런 해법도 없이 이렇게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일본 측엔 하려면 해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을 게 뻔하다. 청와대가 일본과의 외교협의마저 무시한 것은 일본에 약하게 대응한다고 국민들에게 비치면 정치적으로 득 될 게 없다는 계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국 화웨이 제재 동참 여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가중될 때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발을 뺐다. 이번에도 일본의 표적이 된 기업들만 타격을 입게 생겼다. 이러니 정부는 뭐하러 있는지, 세금은 왜 거두는지 궁금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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