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이용하는 디지털경제 시대인데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산업화 가능성 막혀 있어
반면, 한국인 사용자 데이터 모으며 막대한 이윤 챙기는 미·중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한마디도 못해


지난 10여년간 방문한 도시는 72개, 지난 한 달 운전대를 잡았던 것은 총 41시간. 이는 구글이 알려준 내 이동 흔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관심 상품이 무엇인지, 누구를 언제 만났는지도 구글은 다 안다. 심지어 과거 사진을 모아 추억의 앨범까지 만들어 준다. 이렇게 전지전능한 이유는 그동안 내가 안드로이드 OS가 깔린 스마트폰과 구글 앱을 꾸준히 사용했기 때문이다. 구글뿐 아니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의 미국 플랫폼 기업들(GAFA)은 엄청나게 쌓인 사용자 데이터를 자본 삼아 디지털 경제의 최강자가 됐다.

중국 기업들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차단한 중국 정부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플랫폼 기업(BAT)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GAFA와 BAT는 전 세계 시가총액기준 최상위를 휩쓴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 시대 G2인 미국과 중국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

구글의 사업 영역은 검색엔진과 OS, 데이터 분석, 내비게이션 등 연관 분야에 걸쳐 있지만, 산업 생태계의 일부다. 사용자들이 남긴 흔적이 플랫폼에 빅데이터로 쌓이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결과는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낸다.

중국의 BAT는 훨씬 공격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데이터를 소유할 뿐 아니라, 넓은 산업영역에까지 진출했다. 예를 들어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은 주유소와 정비소에까지 진출했고, 텐센트의 위챗은 채팅, 은행, 자전거 공유, 쇼핑, 영화표 구매, 항공 예약, 병원 예약, 주식투자까지 가능한 슈퍼 앱이다.

알파고에 패한 이세돌의 세기적 대국을 보고 스푸트닉 충격에 비견될 자극을 받았다는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AI)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반독점규제를 거두고 BAT가 마음껏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독려했다. 그래서 회사 내 당조직을 가진 중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납세, 금융, 신용, 교통법규위반, 가족계획이행 여부, 결석횟수, 자원봉사, 범죄기록, 온라인 활동, 쇼핑 행태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중국 정부는 다른 속셈도 있다. 2020년 베이징에서 시작해 ‘사회신용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려 한다. 7개 플랫폼 기업이 AI를 활용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 개인별 ‘사회신용점수’를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은 공직 임용, 사회서비스 접근, 보험료율, 고급호텔 출입, 해외여행, 대학진학, 고속철도 이용, 인터넷 접근 등에서 차별을 받게 된다. 말 그대로 ‘빅 브러더’가 지배하는 사회다.

전 세계 130억 이용자를 가두는 록인 구조를 만들어내 글로벌 데이터 독점구조를 완성한 GAFA는 각국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공룡이 됐다. 이들이 갑자기 약관을 변경하면 앱을 만드는 기업이나 개발자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갈린다.

독과점을 규제하는 서슬 퍼런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GAFA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서버를 한국에 두지 않은 구글은 사실상 공짜로 국내 망을 사용한다. 지난해 구글은 구글플레이 앱 판매만으로도 5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낸 세금은 매출 규모가 비슷한 네이버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기업들이 모두 내는 법인세도 내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데이터 관련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의 규제 강도가 높고 부처 간에 중첩적이어서 국내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화할 가능성을 모두 막아 놓았다. 그러나 GAFA나 BAT가 모으는 한국인 사용자 데이터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회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디지털 경제 G2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한국어를 활용하는 플랫폼이라서 살아남은 천연기념물과도 같다.

지난달 18일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토종 기업인 네이버가 끝까지 ‘제국주의’ 구글에 저항하는 ‘삼별초’가 되겠다며 “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고민을 하기도 벅차니 도와 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제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된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포용 사회를 위해 혁신사업가들이 나서라’고 대꾸했다. 정글을 휩쓰는 글로벌 공룡에 대한 규제의 ‘공백’을 메워 달라는 요청에 규제 책임자는 ‘착하게 살라’고 훈계했으니 ‘우물 안 공정거래’임을 드러낸 꼴이다.

정작 대안을 제시한 것은 일본이다. 지난달 말 끝난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GAFA나 BAT가 개인 데이터를 부당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이들에 과세할 수 있게 하는 ‘오사카 트랙’을 제안해 24개국의 호응을 끌어냈다.

새롭게 전개되는 보호무역시대, 데이터 경제가 만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에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개인이나 나라나 데이터 주권은 지킬 수 없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