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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정진영] 정진영 목사 논란에서 얻은 것

비판받은 동성애 설교가 한국교회의 성찰과 화합을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된 건 긍정적 결과


고등학교 2학년 때 동명이인 때문에 자주 곤혹스러웠다. 담임교사가 타 학교 ‘정진영’을 자꾸 나와 비교해 거론하는 것이었다. “가(‘그’의 경상도 방언)는 전국 석차를 따지는데 니는 우째된기…”라며 놀렸다. 1970년대 후반에는 1년에 두 차례 전국 일제 모의고사를 치렀고 수십만명의 성적이 일람표처럼 공개됐다. 그 친구는 ‘전국구’ 수재였는데 나는 전교 석차에 울고웃는 수준이니 담임으로서는 답답했던 것 같다. 들리는 말로는 담임이 그 학생에게 영어 과외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법대를 나와 국내 최대 로펌의 변호사가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명인 중 ‘정진영’이 적지 않다는 걸 알았다. 영화배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고 저명한 대학교수가 있다. 가수, 개그맨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여기자 ‘정진영’이 국민일보에 입사했다. 후배의 ‘좋은 이름’을 욕보이지 않을까 적이나 걱정이다. 남녀 가리지 않고 범용성이 뛰어난 내 이름이 참 좋다. ‘참되고 영원하게’라는 한자 뜻은 버거울 만큼 깊고 무겁다.

지난달 초 내 이름이 한국교회에 널리 퍼졌다. 분당우리교회 정진영 부목사가 수요예배 설교 중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을 낳았다. 교계의 각별한 주목을 받는 이찬수 담임목사가 시무하는 분당우리교회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서 파문은 증폭됐다. 부목사를 비판하는 항의가 거셌고, 이 목사 입장은 무엇이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동성애 단체는 물론이고 미국의 한인교회에서도 파장이 끊이지 않았다. 온라인은 들끓었다. 당사자가 두 번 사과했고 반성 차원에서 1년 동안 공예배 설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여진은 식지 않았다. 교회는 정 부목사의 동영상 설교를 홈페이지에서 내렸고 이 목사는 “정 부목사를 책임지고 지도하겠다”며 사과한데 이어 동성애연구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사안은 동성애 문제가 한국교회에서 얼마나 휘발성 큰 현안인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동성애는 이단·사이비와 함께 가장 폭발력이 강한 뇌관이다.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성경적 메시지이자 하나님의 지상명령으로 여겨진다. 절대 다수의 교회는 동성애를 확고히 반대한다. 정 부목사 설교의 파장은 본인과 분당우리교회에 상처를 입혔고 많은 기독교인의 마음을 상하게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몇몇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우선 반동성애운동의 명확한 성격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반동성애는 동성애자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 행위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며, 이를 법으로 금지시키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교회에 미세하나마 성찰과 화합의 기류가 조성됐다는 점은 큰 이득이다. 나는 후폭풍보다 망외의 소득이 더 컸다고 본다. 잘못을 문제삼아 비난을 퍼붓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반동성애 캠페인을 전개하는 교회와 교계, 연합기관이 어떻게 뜻을 모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한 것이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운영위원장 길원평 교수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교회의 입장이 나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정 부목사의 행태가 잘못됐지만 우리끼리 다투고 적전분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누구보다 반동성애를 주창해 온 소강석 목사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시각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우군끼리 비난하거나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기 의로움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까지 했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달 27일 스승인 옥한흠 목사를 기리는 ‘은보포럼’ 목회자 세미나에서 “통합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우리끼리 총질은 안 된다. 주님의 긍휼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목사 설교를 둘러싼 단상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교회의 부정적 이미지 중에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분열과 비판이다. 모이기에 힘쓰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기 바쁘고 반대쪽을 비난하는 데 골몰했다. 이번은 양상이 달라 보인다. 잘못은 징치하되 자제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공격하는 측에서 자성을 얘기하기도 한다. 상대의 실수를 물고 늘어지며 치명타를 가하는 교계의 모습에 익숙한 나로서는 여파가 예상보다 빨리 수그러드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정 부목사 케이스가 한국교회가 마시는 쓴 보약이 되면 좋겠다.

정진영 종교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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