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제조업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가 교정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 대외 경제여건의 역풍이 덮쳤다. 일본까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한국의 핵심 수출산업에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불확실성에 가계와 기업 모두 안절부절못한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이목이 쏠린다. 수출과 투자의 극심한 부진에 따른 경기 하강을 막으면서도 민간의 경제 활력을 살리기 위한 구조 개혁 방안이 필수적이다. 단기 대책과 중장기 개혁 방안이 함께 가야 한다.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이러한 근본적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추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확대 재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민간의 활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없으면 재정 투입은 ‘땜질 처방’일 뿐이다. 기재부는 경기 부진을 타개하는 핵심 카드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앞세웠다. 지나친 기대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추경에 포함된 사업들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화성 복합 테마파크, 수도권 국제회의전시시설(MICE) 건립, 양재동 연구·개발(R&D) 캠퍼스 조성 등 10조원 규모 기업의 건설 투자도 공사의 시행 시기를 몇 개월 앞당기는 정도다. 경제활력을 얼마나 높일지 의문이다.

그나마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감세 카드를 꺼내 든 건 긍정적이다. 정부는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대기업에 적용되는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1%에서 2%로 1%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각각 3, 7%에서 5, 10%로 공제율이 올라간다. 지난 2017년 첫 세법개정안을 통해 대기업 증세에 나섰던 문재인정부로서는 의미 있는 변화다.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들이 담겼지만, 상당수가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최저임금 인상 자제와 주52시간제 유연화 등 기업들의 최우선 민원사항에 대해선 ‘최저임금위에서 결정토록 한다’로 그쳤다. 재정 투입과 함께 노동 부문의 규제 완화, 제도 개혁이 같이 가지 않으면 재정의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 이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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