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죽이면 일반고 살까… 살아나는 ‘8학군 공포’

서울대 합격생 출신 고교로 본 자사고 현주소

사진=게티이미지

전북 상산고 재지정 평가 탈락 파문으로 불거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논란이 서울 지역 자사고로 옮겨 붙고 있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24곳 중 13곳이 서울에 몰려 있으며 오는 9일 평가 결과 공개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이명박정부 때 서울 지역에서 난립한 자사고를 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실질적 타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실제 고교 서열화의 주범일까.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집계한 서울대 합격생 출신 고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봤다.

자사고 변신 후 2배 늘어난 서울대 합격


자사고로 개교한 하나고를 뺀 자사고 12곳을 분석했다. 일반고 때와 자사고 전환 이후를 비교하기 위해서다. 대다수 자사고가 일반고 시절보다 서울대 합격생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었다(표 참조).

이 학교들이 자사고로 처음 졸업생을 배출한 시점은 2013학년도다. 2012학년도까지는 일반고 시절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했다. 2011학년도에 이들 12개교에서 배출된 서울대생은 54명, 2012학년도에는 64명이었다. 첫 자사고 졸업생이 배출된 2013학년도는 55명으로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증가했고 2018학년도에는 117명까지 불어났다. 12개교 합계로만 보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다만 편차가 있었다. 세화고(서초구)와 중동고(강남구)는 2012학년도에 각각 15명과 17명을 보냈는데 2018학년도에는 각각 26명과 31명으로 껑충 뛰었다. 원래 많이 보내던 학교가 더 많이 보내게 된 것이다. 이대부고(서대문구)도 2012학년도 1명에서 2018학년도 7명으로 늘었고, 중앙고(종로구)도 같은 기간 2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배재고(강동구) 역시 일반고 때는 6명 수준이었는데 자사고 전환 이후 11명으로 많아졌다.

그러나 양천구에 있는 한가람고는 2012학년도에 8명에서 2018학년도 6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학교는 자사고 전환 이후에도 2~6명 사이에서 합격생을 배출했다. 경희고(동대문구) 역시 자사고로 전환된 이후에도 0~4명 상황을 유지했다.

한대부고(성동구) 역시 2~8명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다. 선발권과 교육과정 편성·운영권을 갖고 있더라도 모든 자사고가 ‘서울대 제조기’가 되는 건 아니었다. 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위치한 지역이 어디인지 등 다른 변수들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자사고 등장으로 심화된 고교 서열 체제

입시는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붙는다면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 서울 자사고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 여파로 일반고가 희생됐을 개연성이 높다. 서열화된 고교 체제는 엄연한 현실이다.

서울 지역 고1 학생 가운데 특목·자사고(과학고 영재학교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12% 수준이다.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은 67.3%다. 서울 지역 고교생 10명 중 7명이 일반고, 1명 내외가 특목·자사고에 다닌다고 보면 된다.

서울대 합격생 가운데 서울 출신 학생을 고교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2013학년도에는 일반고 43.6%, 특목·자사고 44.0%였다. 소수의 특목·자사고 학생이 더 많은 서울대생을 배출하는 상황이었다. 2014학년도에는 42.4% 대 46.8%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서울 자사고들이 졸업생을 배출하기 전인 2011년에는 일반고 50.2%, 특목·자사고 37.1%였다.


2015학년도부터 일반고가 약진했고 2017학년도 이후 일반고 47% 수준, 특목·자사고 41% 수준으로 안착하는 상황이다.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높여 일반고에 문호를 넓힌 결과로 풀이된다. 비록 일반고 비율이 높아졌더라도 7대 1이란 학생 비율을 고려하면 여전히 특목·자사고가 압도적으로 많은 학생을 서울대에 보내는 게 현실이다.

서울 자사고 vs 서울 교육특구

자사고를 없애면 고교 서열화를 해소할 수 있을까. 수치를 분석해보면 이른바 ‘8학군 부활론’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강남 3구와 양천구 같은 교육특구 일반고로 우수 학생이 쏠리는 문제에 대한 해법부터 정부가 내놔야 한다.

교육특구 일반고들은 지금도 자사고의 경쟁력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2018학년도를 기준으로 서울 지역 일반고 중 서울대생 배출 1위는 강서고다. 24명을 보냈다. 서울에서 하나고 세화고 중동고를 뺀 나머지 자사고들은 강서고를 넘어서지 못했다. 단대부고(강남구)가 19명으로 2위이고 숙명여고(강남구) 17명, 경기고(강남구) 16명, 서울고(서초구) 14명 순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는 서울 지역 일반고 1~5등은 모두 교육특구에 위치해 있다. 강남·서초·송파구 소재 일반고 1~10위는 2018학년도에 서울대생 141명을 배출했다. 하나고를 빼고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12곳(117명)을 합친 수보다 많다.

게다가 자사고 1, 2위(하나고 제외)가 교육특구에 자리하고 있다. 세화고와 중동고는 2018학년도 합격생 117명 가운데 절반가량(57명)을 차지했다. 비교육특구 자사고들은 서울대 입시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자사고들을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고교 서열화 해소에는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일반고 경쟁력이 높아지고 고교 서열 체제가 완화될 것이란 접근법 자체가 잘못됐다”며 “일반고 사이에 서열 구조가 심화되고 지역별 격차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남, 서초, 각 지역 교육특구 쏠림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고 육성책부터 고교 체제 개편, 대입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그림을 다시 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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