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를 지낸 어떤 분이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러분이 정책적 문제점을 비판하잖아요. 해당 공무원들이 아파할 것 같지요? 속으론 좋아합니다. 그런 지적이 나오면 대안을 내놓게 되는데, 대안이란 게 대부분 규제를 덧쌓는 거예요. 규제가 곧 공무원의 힘이고 밥그릇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공무원 눈치를 더 보게 되고 이런저런 조직을 신설해 공무원 일자리 늘리는 결과가 됩디다.” 이 말에 수긍하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일이 생겼다. 국토교통부가 7월 발표한다던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업계의 상생안이 언론을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크게 세 가지라는 대책은 이렇다. ①여객운송사업 면허 총량제 신설 ②운송 네트워크(플랫폼) 사업자 면허 도입 ③플랫폼 사업자가 여객운송사업을 할 때 기존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거나 임차하도록 법제화. ①은 택시든 타다든 풀러스든 다 합쳐서 차량 대수를 제한한다는 것이고 ②는 타다나 풀러스 같은 플랫폼 업체가 취득해야 할 사업면허가 새로 생긴다는 뜻이며 ③은 ①과 ②의 요건을 충족해도 실제 영업하려면 기존 택시면허를 돈 내고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책을 발표할 당국자는 “초과 공급을 억제하기 위해 총량제가 필요하고, 택시업계가 타다를 불법이라 주장하는 문제를 풀려면 플랫폼 면허를 도입해야 하며, 택시가 포화상태여서 면허 매입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할 듯하다.

그런데 세 가지 모두 전직 총리의 말처럼 새로운 규제를 덧쌓는 일이다. 총량제는 신규 사업자에게 진입장벽이 된다. 기존 사업자와 새로 사업하려는 자 사이에서 힘이 실리는 건 총량을 결정하는 자, 즉 공무원일 것이다. 플랫폼 면허가 도입되면 관청에 그것을 관리할 조직과 예산이 생겨날 테니 기업에는 규제가 추가되지만 공무원에겐 자리와 권한이 늘어난다. 차량 1000대를 운행하는 타다가 그만큼 택시면허를 사려면 600억~700억원이 든다. 이런 초기 비용을 들일 수 있는 스타트업이 몇이나 되겠나. 규제를 풀어야 할 판에 장벽을 새로 쌓았고 그건 또 공무원이 감독하게 될 테다.

대통령이 그렇게 혁신성장과 규제혁파를 외쳐도 잘 되지 않는 까닭, 기업인이 “규제의 필요성을 공무원이 입증해보라”고 호소했던 까닭이 대충 짐작된다. 택시와 타다의 싸움에서 결국 공무원이 이기는 건가….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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