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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자재서 나오는 라돈, 집값 떨어질까 쉬쉬해선 안돼”

‘라돈, 불편한 진실’ 펴낸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최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그는 “공무원들마저도 라돈의 심각성이 너무 과장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현규 기자

책을 펴낸 가장 큰 이유는 아내의 잔소리 때문이었다. 남편의 명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내는 자주 남편을 나무라곤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라돈 전문가가 왜 라돈의 폐해를 알리는 책을 쓰지 않느냐는 타박이었다.

“대학시절 만난 아내는 같은 분야를 전공한 둘도 없는 친구이자 파트너예요. 그런데 10년 전부터 잔소리를 계속 하더라고요.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 힘들더군요. 5년 전부터 틈틈이 자료를 정리해서 이제야 책을 내게 됐어요. 그동안 라돈의 위험성을 전하는 보고서나 논문은 여러 편 썼고, 강의도 많이 했으니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녹록지 않더라고요.”


이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조승연(59)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다. 조 교수는 최근 라돈의 위험성과 핵과학의 역사를 살핀 ‘라돈, 불편한 진실’(동화기술·표지)을 출간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책을 내고 나니 아내가 뿌듯해하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핵화학을 전공한 조 교수는 1993년부터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국가라돈관리종합대책’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도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다. 언론에 소개될 때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라돈 박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알려졌다시피 라돈은 자연 방사능 물질이다. 소리도, 냄새도, 형체도 없이 기체 상태로 공기 중에 떠돌고 있는데, 농도가 짙을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이 흡연 다음가는 폐암의 원인이라고 규정해놓았다. 실제로 폐암 환자 가운데 3~14%는 라돈 탓에 발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라돈과 암의 연관 관계를 따지는 논문이 나오지 않는다”며 “흡연의 폐해처럼 이미 논의가 끝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라돈 문제에 너무 늦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특히 ‘주택 라돈’에 대해 생각해봐야 해요.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라돈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데,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다들 쉬쉬하고 있죠. 미국은 집을 사고팔 때 라돈 안전성 여부를 조사하곤 해요.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라돈은 석면보다 위험할 수 있어요.”

조 교수는 “정말 많은 분야에 핵과학이 적용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뜻밖의 답변을 내놓았다. “SF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방사능과 관련된 내용은 (마블 영화 캐릭터인) 헐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죠. 이번에 낸 책을 좀 다듬어서 어린이 교육용 서적을 내고 싶기도 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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