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상 부작용 피부로 느꼈다는 증거…
정책 유연성 보여줄 ‘상징적 소폭 삭감’ 안 되면 동결이라도 해야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노측은 시간당 1만원, 사측은 8000원을 제시했다. 1주일 안에 합의점을 찾아야 고시 기한에 맞출 수 있다. 올해 (8350원)에 비해 노동계는 20% 가까운 인상안을 내놓은 반면 경영계는 4.2% 삭감안을 들고 나왔다. 양측이 수정안을 꺼내긴 하겠지만 좁혀지기엔 간극이 너무 크다. 올해도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이 무산된 터라 어쩔 수 없이 노사의 수치보다 공익위원이 제시할 수치가 중요해졌다. 그들이 다음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기 바란다. ①350원 삭감한 8000원 ②동결한 8350원 ③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소폭 인상. 바람직한 것은 ①번인데,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에 유연성이 살아 있음을 보여줄 최선의 카드여서 그렇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29%나 올린 것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향상을 위해 전례 없이 단행한 파격이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생존을 위협받는 소상공인·중소기업과 활력을 잃어버린 경제를 위해 역시 전례가 없는 삭감도 못할 까닭이 없다. 상징적인 소폭 삭감은 경제 상황에 맞춰 유연한 대처가 이뤄진다는 신뢰를 시장에 줄 수 있을 것이다.

노동계 반발 때문에 삭감이 어렵다면 적어도 동결하거나 물가상승 수준의 인상에 그쳐야 한다. 그래야 할 이유와 명분은 4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분명히 제시됐다. 특위는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로 불리는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측면에 무게가 실렸을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식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자영업자뿐 아니라 임금근로자 중에도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동결(37%) 1~5% 인상(31%) 5~10% 인상(18%) 10% 이상 인상(13%) 순이었다. 68%가 동결 또는 5% 미만의 인상이 좋다고 답했다. 역설적으로 ‘최저임금 생활자’ 중에 동결 주장이 더 많았다. 임시·일용직은 41%, 10인 미만 영세사업체 근로자는 44%가 동결돼야 한다고 응답해 평균치보다 높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부작용을 그들은 몸으로 느끼고 있음을 말해준다.

노동계가 주장한 1만원(19.8% 인상)은 정작 당사자인 근로자들이 원하지 않는다. 주휴수당을 합하면 최저임금은 이미 1만30원이 돼 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신념보다 실리가 우선돼야 하고 경직된 명분보다 유연한 상식이 통해야 할 때다.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