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악화되는 모양새여서 걱정이다. 한·일은 이웃나라이고 경제·안보·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갈등이 확산되는 건 서로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국 정부는 냉정을 되찾고 대화 채널을 가동해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일본은 지난 4일 반도체 주요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정치·외교 사안과 연관돼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상대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바세나르 협약 등 국제 규범에 명백히 위반된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지금 공은 한국 쪽에 있다”고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겼다. 적반하장이다. 경제보복을 통해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자국에 유리하게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우리 정부가 부당한 요구에 굴복할 리도 없거니와 외교적 사안에 경제보복으로 대응했다는 비난 여론만 확산시킬 뿐이다. 일본 내에서도 자유무역 협정을 위반하는 조치이며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걸 일본 정부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냉정하고도 치밀한 대응으로 이번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고 WTO에 제소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제 분쟁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사이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대화를 통해 외교적 현안들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일 3국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미국의 중재를 유도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맞대응에 나서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경제 강국인 일본과 경제적으로 맞부딪치는 것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우리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외 경제여건이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산업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해 대비하고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 줄 대책 마련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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