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폐암검진 시범사업 참여자가 경기도 고양 국립암센터에서 방사선사의 도움을 받아 저선량흉부CT 촬영을 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건보공단, 하루 1갑씩 30년 이상 2갑씩 15년 이상 흡연자들 선정… 이달 말쯤 검진 통보서 발송 방침
매일 1갑 40년간 피운 경우엔 폐암 위험, 비흡연자의 20배


경기도 고양에 사는 L씨(62)는 2017년 12월 국립암센터에서 국가폐암검진 시범사업에 처음 참여했다. 그는 40년간 적게는 하루 한 갑, 많게는 두 갑씩 담배를 피워온 골초였다.

일반 컴퓨터단층촬영(CT) 방사선량의 5분의 1 수준인 저선량 흉부CT를 찍은 결과 폐에서 2㎜ 크기 결절(혹)이 4개 발견됐다. 혹이 너무 작아서 양성 종양인지 악성 종양인지 구분이 안돼 일단 추적 관찰키로 했다.

지난해 10월 CT영상에서 결절 가운데 두 개가 5㎜로 자랐고 올해 2월 추가 촬영에서 한 개가 7㎜로 더 커졌다. 의사는 암이 의심된다고 했다. 국내 기준으로 6㎜가 넘는 결절은 암 여부를 확인한다.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가느다란 바늘로 주변 림프절을 찔러 조직검사를 했지만 암세포가 확인되지 않았다. 한 달 뒤 이번엔 흉강경을 넣어 암 의심 부위를 떼내는 수술을 받고서야 ‘폐선암’ 1기 판정을 받았다.

폐선암은 기관지 끝 부분에 생기는 유형이다.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단됐을 땐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L씨는 ‘오랜 흡연이 암의 원인인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수십년간 입에서 떼지 않았던 담배를 한 순간에 끊었다.

그는 “폐암 확진까지 여러 검사와 수술로 번거로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검진받지 않았으면 암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라며 “더구나 일찍 발견한 건 정말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암 고위험군 31만명에 통보

L씨에게 뜻밖의 행운을 안겨준 국가 폐암검진이 다음 달부터 본격화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8일 “국가폐암검진이 이달부터 도입됐지만 행정절차상 검진기관 선정과 대상자 통보 등에 시간이 걸려 실제 검진은 8월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종합병원급 이상 340여곳을 대상으로 폐암 검진기관 신청을 받아 지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정 기준은 16채널 이상 저선량 흉부CT를 보유하고 300건 이상의 폐암 판독 경험과 관련 교육을 이수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해야 한다.

공단은 아울러 만 54~74세 남녀로 30갑년 이상 흡연력(하루 한갑씩 30년, 하루 2갑씩 15년 이상 흡연 등)을 가진 현재 흡연자 31만명을 선정해 이달 말쯤 검진 통보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검진 대상자는 지난 2년 내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이나 건강보험 금연치료사업 참여자 가운데 문진표로 과거 흡연력과 현재 흡연 여부가 확인되는 이들이다.

연구보고에 따르면 폐암의 90%가 흡연과 관련돼 있으며 매일 한 갑씩 40년간 담배를 피운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20배 정도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폐암 검진이 올해 첫 도입된데다 연초부터 시행되는 게 아니어서 수검률은 30%(약 9만3000명)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흡연자들이 건강에 무관심하고 검진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실제 수검률은 더 낮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진결과는 15일 내에 우편·이메일로 통보된다. 다른 암 검진과 달리 검진자는 검진기관을 반드시 방문해 금연 상담 및 진료를 받아야 한다.

국가폐암검진질관리중앙센터장을 맡고있는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은 “설사 검진에서 폐암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오랜 흡연으로 폐기종, 폐섬유화증 등 다른 질환이 나오거나 심장혈관 석회화(혈관이 좁아짐)도 30% 이상에서 발견됐다”면서 “검진 후 반드시 금연과 연계되도록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검진 비용은 전체(약 11만원)의 10%인 1만1000원만 내면 된다. 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50% 가구나 의료급여 대상자는 무료다. 폐암검진 주기는 2년이다.

정부는 폐암검진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는 지금처럼 30갑년 이상 현재 흡연자 대상으로 하고 2021~2022년에는 30갑년 이상 현재 흡연자는 물론 금연한 지 15년 이내인 사람도 포함시켜 검진자를 61만명으로 늘린다. 2023년부터는 이들 대상자와 함께 폐암 발생 예측 모델 적용자를 추가할 계획이다.


폐암검진, 실보다 득이 많아

최근 국가폐암검진 시행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 가짜 암 환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몇 가정의학과, 종양내과 의사들로 구성된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저선량 흉부CT 검진을 했을 때 흡연자 1000명 가운데 조기 발견 효과를 보는 사람은 3명에 불과했지만 가짜 암 환자는 351명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가짜 암 환자는 CT에서 폐암 의심 소견이 나왔지만 실제 확인해 보면 암이 아닌 ‘위양성’인 경우를 말한다.

연구회는 “폐암 검진의 경우 위양성 진단율이 높아 실제 폐암이 아닌 걸 확인할 때까지 추가 영상 검사, 조직 검사(가는 바늘로 찔러 조직 채취),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과 합병증이 따르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폐암학회 장승훈(한림의대 호흡알레르기내과 교수) 홍보이사는 “흉부CT에서 6㎜ 넘는 결절이 발견되면 양성으로 진단한다. 이 비율이 15~17% 되는데 이걸 가짜 암 진단율로 본 것 같다”면서 “하지만 양성 진단에서도 크게 4가지 카테고리에 따라 경중이 분류되고 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암세포 여부를 최종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성 진단을 전부 ‘가짜 폐암’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17~2018년 시행한 국가 폐암검진 시범사업(1만3600여명 참여)결과 위양성률은 14.8%로 미국(26.6%)보다 낮았다. 양성 판정 이후 진단 과정에서의 부작용 발생률은 0.9%로 역시 미국(3.4%)보다 낮았다.

반면 시범사업 기간 모두 79명에게서 폐암이 발견됐는데, 68.4%가 병기 1·2기의 조기 폐암이었다. 일반 폐암 환자의 조기 발견율(20.7%)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복지부도 “폐암은 전체 암 사망률 1위이고 주요 암 종 가운데 5년 생존율(27.6%)이 두 번째로 낮은 만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전문가단체 참여 하에 진행된 시범사업을 통해 조기 발견 효과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하대병원 류정선 호흡기내과 교수도 “검진의 득실을 따져봤을 때 30년 이상 흡연력 등 고위험자의 경우 폐암검진으로 얻는 ‘이득’이 ‘위해’를 상회한다는데 대부분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김열 실장은 “암 검진에서 위양성 0%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검진의 질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승훈 이사는 “위양성률을 낮추기 위해 혈액검사를 통해 폐암 가능성을 알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가 검출될 경우 CT검진을 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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