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해 퍼진 2분33초짜리 영상에는 남성이 여성의 뺨을 때리고 걷어찬 뒤 구석에 쪼그린 상대에게 또다시 마구잡이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담겼다. 어린아이가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다 폭행 장면에 놀라 도망치기도 했다. 안타깝고 참담한 광경이다.

지인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남편을 긴급체포하고 베트남 출신 부인과 두 살배기 아이를 쉼터로 옮겨 병원 치료를 받게 했다. 남편은 술을 마신 상태였고, 부인은 갈비뼈가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2010년 7월 부산에서 발생한 베트남 신부 피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국제결혼회사를 통해 27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한 탓티황옥(당시 20세)씨는 시집 온 지 1주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남편은 8년 동안 57차례 치료를 받은 정신질환자였다. 사건이 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방송에 나와 “슬프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고,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를 보내 조문했다.

가정 폭력은 데이트 폭력이나 직장상사의 ‘갑질 폭력’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약점을 노리는 비열한 범죄행위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국제적 지위가 우월하다는 허위의식이 저변에 깔려 자행되는 반문명적 범죄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엄벌함으로써 강한 경고 메시지를 줘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 38%가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고, 20%는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실시한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에서는 이혼하거나 별거 중인 결혼이주여성의 30.7%가 도움을 청하거나 의논할 사회적 관계를 갖지 못한 채 고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상담전화나 쉼터가 확대되는 등 정책적 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차제에 허점이 없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다문화가정 폭력도 사생활 문제여서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친인척들이나 마을공동체, 교회 같은 종교단체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를 정책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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