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논란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개인별 맞춤지원 방향성 옳지만… 갈 길 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장애인 복지제도의 전면 수정과 장애등급제 폐지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31년 동안 공고하게 굳어져 있던 제도가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맞을 것인가, 숙원에 미치지 못한 변화에 머물고 말 것인가.’

지난 1일 ‘단계적 폐지’가 이뤄진 장애등급제 얘기다. 시행 전 평가지표의 형평성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던 장애등급제는 시행 첫날부터 장애인 단체들이 반발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장애등급제는 장애인 지원제도의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신체적 장애 정도에 따라 1~6등급으로 구분해 일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중심 제도인 탓에 차별을 일으키고 장애 상황에 따른 개별 지원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적 기준에 맞춰 등급을 매기는 방식을 벗어나 장애인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목표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준비해 왔다.

장애인 인식개선과 권리 증진에 앞장서 온 기독교계 전문가들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장애인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서비스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이계윤(지체장애인선교협의회장)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나님께서 사람을 6종류로 창조하시지 않고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만든 것처럼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마련된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리를 다쳐 경증장애인이 된 축구선수와 다리를 다쳐 중증장애인이 된 속기사의 장애 경중은 신체적으로만 따질 게 아니라 생계문제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지난 1일 한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실질적인 예산마련과 정책변화를 촉구한 데 대해 “개인별 맞춤형 지원에 대한 기대보다 예산이 부족해 지원이 축소될 것에 대한 우려가 더 커 발생한 사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원확대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결국 6개 등급을 2개(중증 경증) 등급으로 통합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은 지난해 6907억원에서 올해 1조 3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서비스 단가(20.4%)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가산급여(44.9%) 등이 인상됐고 이용자 수가 7만1000명에서 8만1000명으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자연증가분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서 세계밀알연합 총재는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며 “보건복지부도 제도적 보완을 통해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장애인의 기능제한, 사회활동, 가구환경 등을 파악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진행할 때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 서비스가 줄지 않게 하고 특정 장애 유형이 평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온전한 사회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의 시대적 역할도 요청된다. 이 총재는 “교회는 제도권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나눔을 실천하고 정서적 위로자로서 장애인과 동행해왔다”며 “교회를 지역 내 장애인을 위한 문화 의료 복지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장애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장애인을 수혜의 대상이나 교회 밖에 있는 주체로 볼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함께 이뤄가는 동역자라고 여길 때 장애인 선교의 의미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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