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주택법 시행령 개정방안을 밝혔다. 최종학 선임기자

정부가 반등 기미를 보이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었다. “검토 필요성”만 언급하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라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하며 무게중심을 옮겼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사실상 부동산 추가대책으로 활용해 주택시장 안정세를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을)검토할 때가 왔다. 주택시장 투기 과열이 심화하면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법 시행령은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국토부 의지에 따라 이르면 이달 안에 신속하게 개정을 마무리지을 수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이윤을 보탠 분양가격을 산정한 뒤 그 이하로만 분양토록 하는 제도다. 현재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승인하고 있다. 사실상 집값 안정화 정책의 하나로 활용된다.

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 적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기는 처음이다. 정부는 그동안 당위론만 폈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주택보증공사(HUG)가 운영하고 있는 고분양가 관리 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분양가 상승률이 2배 정도 높은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를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고민 중”이라며 무루뭉술한 입장만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불과 2주가 채 지나기 전에 “도입을 검토할 때”라며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기정사실화했다. 배경에는 최근 서울 집값의 ‘반등세 전환’이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주간 변동률은 0.02%로 지난해 11월 첫 째주 이후 34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에 부동산 안정세를 유지할 추가대책 중 하나로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읽힌다.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에 명시된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주택법으로도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이어야 한다. 이 가운데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일반 주택은 5대 1(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 또는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어날 때에만 적용 가능하다. 문턱이 높다보니 적용된 적이 없는 유명무실한 규정이다.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이라는 기준을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지역’으로만 고쳐도 적용 대상 민간택지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면 집값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후분양을 하면 주변 시세 수준에서 분양가가 정해져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시세와 상관없이 토지비, 기본형 건축비 등을 바탕으로 분양가가 정해진다. 김 장관은 “분양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인데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하기에는 분양가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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