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와 짝을 이뤄 ‘1박2일’(KBS2) 등 숱한 예능을 히트시킨 이우정 작가는 잘 알려졌다시피 드라마로도 ‘대박’을 쳤다. ‘응답하라’(tvN) 시리즈가 그것인데, 흥행의 끌차가 된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그가 예능에서 뽐냈던 캐릭터 감각이 대본에 십분 녹아든 것이었다.

이처럼 타 분야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전문성을 살려 드라마에 진출하는 케이스는 이따금 있었다. ‘개그콘서트’를 제작했던 서수민 PD가 예능국 배경의 ‘프로듀사’(이상 KBS2)를 연출한 게 대표적이다. ‘미스 함무라비’(JTBC)를 집필한 문유석 판사나 ‘어셈블리’(KBS2) 극본을 쓴 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도 비슷한 맥락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엔 굵직한 사회 이슈들을 쫓는 시사교양 영역 제작진들의 안방극장 진입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17일 첫 전파를 타는 ‘닥터탐정’(SBS·왼쪽 사진)이 그렇다. 박진희 봉태규 이기우가 주연으로 나선 이 극은 SBS 간판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활약한 박준우 PD가 연출을 맡았다.

그만큼 기존 드라마들과는 톤이 조금 다르다.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겨냥한 극으로 한 산업 보건의사가 재벌 기업이 감추려 한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사회고발극이란 슬로건에 맞게 디테일과 사실감 넘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게 제작진의 각오다. 제작진은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 삼아 묵직한 메시지와 카타르시스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같은 날 선보이는 ‘저스티스’(KBS2·오른쪽 사진)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동명 웹소설이 원작으로, 10여년간 ‘추적 60분’ 등 시사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다 드라마로 길을 튼 정찬미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극의 주제의식이 닥터탐정 못지않은 무게감을 자랑한다. 타락한 변호사와 악인 재력가가 여배우 실종 사건으로 부딪치며 한국 최상위층의 민낯을 파헤치는 스릴러물이다. 최진혁과 손현주가 캐스팅됐다.

그렇다면 시사교양 제작진들의 드라마 진출이 활발해지는 이유는 뭘까. 최근 정의로움을 고민하는 드라마의 유행과 시청자의 높아진 눈높이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과거 가족극이나 로맨스로 채워졌던 브라운관이 장르극 위주로 재편되면서 극의 사실감이 중요해졌다”며 “무거운 소재를 설득력 있게 풀어낼 전문성을 갖춘 제작진에 대한 수요가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일 종영한 모큐멘터리 ‘회사 가기 싫어’(KBS2)는 시사교양 영역에서 만든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사교양국에서 제작하고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등에 몸담았던 조나은 PD가 연출을 맡았는데, 회사원의 삶을 사실적인 톤으로 담아내며 호평받았다. 문구회사를 배경으로 해직 위협에 시달리는 부장의 비애나 유리천장 문제 등 꼼꼼한 조사가 엿보이는 시퀀스들을 풀어냈다.

공 평론가는 “시사교양 쪽 제작진들은 경험적 측면에서 취재가 꼼꼼하게 잘 돼있고 사실적인 느낌도 보다 잘 묻혀내기 마련”이라며 “이색적인 감성을 바라는 방송사, 시청자의 이해와 맞물려 앞으로도 활발한 드라마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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