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연합뉴스

“우리는 원점으로 회귀한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직원 1만8000명 감원, 자산 740억 유로(약 98조원) 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객(주로 기업) 거래를 중심으로 한 독일 은행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투자은행(IB)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8일부터 인원 감축이 시작됐으며, 가스 리치 투자은행부문 대표 등 고위임원 3명은 이미 사표를 제출했다.

1870년 설립된 도이체방크는 독일 최대 은행이다. 1989년 IB 부문에 뛰어들어 한때 JP모건,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후 IB 부문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이어졌고 투자도 실패했다.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주가 역시 올 들어 최저 수준이다.

잇따른 스캔들로 신뢰도가 하락한 것도 추락을 부채질했다. 도이체방크는 2005~2007년 주택저당증권(MBS) 판매 관련 공시의무 소홀로 벌금 14억 유로(약 1조8000억원)를 2013년 부과받은 데 이어 2015년 리보금리 조작사건 등으로 25억 달러(약 2조7000억원), 2017년엔 MBS 불완전판매 혐의로 72억 달러(약 8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냈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운영했던 법인과 도이체방크 사이의 유착 관계 논란도 있었다.

도이체방크는 위기 탈출을 위해 9년간 세 번의 자본확충을 꾀해 총 270억 유로(약 35조원) 정도를 모았다. 그러나 2017년 5월 9.9%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가 된 하이난항공이 1년여 만에 유동성 위기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3월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 합병을 꾀했지만 노조 반발과 주주 반대로 무산됐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업 구조조정 규모로는 세계 최대를 기록하게 된 도이체방크는 740억 유로의 위험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배드뱅크(부실채권전담은행)를 설립한다. 초기 구조조정 비용만 30억 유로(약 4조원)에 달해 2분기 순손실이 28억 유로(약 3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구조조정 비용은 2022년까지 74억 유로(9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도이체방크는 “올해와 내년엔 주주들에게 배당금 지급을 중단해야 하지만 2022년부터 특별배당이나 주식환매로 50억 유로(약 6조6000억원)의 자산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며 주주들을 달랬다.

FT는 “도이체방크가 도박을 위한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에 의한 초저금리 정책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거래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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