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 네번째)이 지난 4일 충남 아산 KTX천안아산역에서 특위 관계자들과 함께 공식 출범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아산=오주환 기자

전국 대다수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부 소수 지자체의 ‘현금복지’정책 저격수를 자처하며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했다. 특위는 지자체 주도의 현금복지를 아예 없애버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굳이 현금 복지를 한다면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선심성 예산 낭비를 막고 복지 양극화를 막겠다”는 주장이지만, 반대편에선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복지 확대 추세에 제동만 거는 꼴”이라 비난한다.

특정 대상에게 수당이나 지원금을 주는 현금복지 정책은 나올 때마다 논란에 휩싸였다. 주민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반론이 맞서는 모양새다. 현금복지를 감당할 만한 재정 능력이 되는지, 복지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특위 탄생의 도화선은 지자체 간 현금복지 논쟁이었다. 서울 중구가 지난 2월부터 65세 이상 노인(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에게 월 10만원 상당의 ‘어르신 공로수당’을 지급하자, 중구~성동구에 걸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주소지가 중구인 노인들은 어르신 공로수당을 받았지만, 성동구 노인들은 받지 못한 것이다. 어르신 공로수당 갈등은 지자체 간 기싸움으로 옮겨붙더니 결국 ‘지자체 현금복지 제대로 검증해보자’는 특위 설립까지 이어졌다.

중구처럼 자체 현금복지 정책을 운영하는 곳은 대체로 재정 여력이 크다. 이런 지자체들은 “우린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필요한 곳에 지자체 예산을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입장이다. 반면 특위는 재정 여력은 지자체의 능력보다 부동산 가격이나 지역 기업성과 등 외부 요인 영향이 큰 만큼 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쓰게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편다.

특위 측은 현금복지가 지자체간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 주민들에게 현금 복지까지 더해지면 지자체간 복지 빈부격차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특위는 지자체 간 현금복지 갈등이 이어지면 결국 서로 더 주겠다는 경쟁에 나서고 재정이 악화되다 공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지자체의 복지정책 총 668건, 4789억원 가운데 현금성 복지정책이 무려 446건(66.7%), 2278억원(47.5%)에 이른다는 게 위기감의 근거다.

복지정책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에서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공로수당과 기초연금 수령 대상(소득 하위 70%)이 같으니 공로수당은 수령 대상을 더 좁히고 사용처도 제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현금복지가 맞춤형 사회보장 정책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예컨대 농어촌 지역에서는 결혼과 출산, 보육을 장려하는 수당을 지급해 인구감소를 막을 필요가 있다. 자체 현금복지는 중앙정부의 한계를 보완하는 보완재라는 뜻이다. 이들은 “중앙정부 주도의 현금복지보다 되레 부작용이 더 적다”고 주장한다.

특위가 복지확대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한국의 복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만큼 특위가 너무 앞서나간다는 주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은 복지 견제보다는 복지 실험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복지 방식이 현금이라고 해서 무조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노인 대상 현금복지 정책을 추진 중인 김종천 과천시장은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상품권이 선물로 인기를 끄는 것처럼 현금도 장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특위는 4일 충남 아산 KTX 천안아산역에서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개시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의 약 75% 수준인 169곳이 특위 1기 지자체로 기록됐다. 애초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0만원 상당의 ‘어르신 공로수당’을 지급해 현금 복지 논란을 촉발한 서울시 중구는 특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위는 앞으로 지자체의 현금복지 성과를 전수 분석하고, 정책조정 권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자체들이 이미 시행 중인 현금복지 사업은 1년, 신규 착수 사업은 2년간 실시한 뒤 성과를 분석해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일몰제를 적용해 폐기한다. 효과가 좋으면 중앙정부에 건의해 전국에 적용되는 보편 복지로 확대시킨다는 생각이다. 지자체는 대신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나 노인일자리 창출, 동네주치의 제도 같은 서비스 복지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금복지 성과분석은 20명 안팎으로 꾸려질 자문위원단이 맡는다. 사실상 자문위가 지자체 현금복지 사업의 존폐를 가르는 셈이다. 자문위 명단에는 재정전문가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복지 전문가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갈등관리 전문가 권경득 선문대 정부간관계연구소장, 오건호 시민사회 대표 등 17명이 이름을 올렸다.

▒ 전국 지자체 226곳 중 169곳 참여… 특위 결정 구속력 없어 실효성 의문

‘지방자치단체 현금복지 제로화’를 추진 중인 전국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특위)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특위는 “현금복지는 중앙정부가, 노인일자리 창출 같은 서비스 복지는 지자체가 전담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특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를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169곳(약 75%)만이 특위에 참여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0만원 상당 ‘어르신 공로수당’을 지급해 지자체 현금복지 적절성 논란을 촉발한 서울 중구, 중고교생에게 교복 수당 30만원을 지급하는 경남 진주시 등은 빠졌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당장 긴급복지를 해야 할 정도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 어린이 여성 장애인 등 4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함께 특위에 불참한 서울 동작구는 “특위는 지자체 정책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가로막을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위 결정에 구속력을 확보하는 것도 숙제다. 특위가 특정 지자체의 현금 복지를 폐지하자고 합의하더라도 지자체들이 이행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위 위원장 염태영 수원시장은 “전국 지자체장이 서약 이행을 합의하고, 복지부·행안부 등 중앙정부에 법제화를 제안하겠다”며 “특위 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지자체는 불이익을 받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특위 결정을 순순히 따를지도 미지수다. 특위는 특정 지자체의 현금 복지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되면 중앙정부가 이 복지정책을 이어받도록 만든다는 방침이다. 복지 대상을 지자체 주민에서 전국민으로 격상한다는 것이다. 특위 관계자는 “정부 유관부처와 소통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특위 제안에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정부가 시행하는 현금 복지 비용은 정부와 광역단체 기초단체가 분담해왔다.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국민이 보편적 복지로 인식하는 대부분 사업의 비용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들이 비용을 분담하면서도 정부의 복지 들러리를 서는 셈이다.

예컨대 경기도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사업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적으로 평가받지만 수원 평택 같은 기초단체도 재원의 30%를 부담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단번에 포기할 이유가 없다.

아울러 특위는 특정 지자체의 복지 정책 검증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 특위는 상임위원회가 선정한 20명 안팎의 자문위원단의 의견을 근거로 지자체 복지의 존폐를 결정할 방침이다.

자문위는 복지전문가와 재정전문가, 갈등관리 전문가와 시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자문위 선정에 따라 현금 복지의 실효성을 판단할 기준, 방법이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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