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 뚫고… 월드헤브론, 만주 벌판서 축구선교 ‘슛, 골인~’

㈔월드헤브론과 한국기독교축구선교연합회 소속 목사와 장로들이 지난 1일부터 엿새간 중국 지린성 일대에서 축구선교 활동을 벌였다. 사진은 헤브론 팀에 동참한 1970년대 국가대표 김진국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프리킥을 차는 모습.

“하나님 아버지, 몸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마지막 경기를 합니다. 길림(지린)에 있는 많은 친구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타낼 수 있게 하시고, 머지않아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는 놀라운 역사가 있게 하여 주옵소서. 다치거나 상하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경기 시작 직전 사역단장 현상민(성남 성산교회) 목사가 기도드리자 그라운드에서 함께 어깨를 걸고 선 선수들이 ‘아멘’을 외쳤다. 이어 월드헤브론 소속 문준호 목사의 ‘헤브론’ 선창에 ‘악’하는 짧은 함성으로 화답하며 각자 포지션으로 흩어졌다.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어깨를 걸고 기도하는 선수들.

지난 5일 중국 지린(吉林)성 지린시에 있는 지린화공학원 운동장. ㈔월드헤브론(상임회장 류영수 목사)과 한국기독교축구선교연합회(대표회장 조춘일 목사)에 소속된 목사와 장로들이 헤브론 유니폼을 입고 ‘길림시 조선족 족구 구락부’ 선수들과 경기를 벌였다. 중국에선 축구를 족구로 부른다. 헤브론 축구사역단은 지난 1일 중국에 입국해 창춘(長春) 옌지(延吉) 투먼(圖們) 룽징(龍井) 훈춘(琿春)을 도는 5박 6일 강행군의 마지막 일정으로 지린에 입성했다.

중국 지린성 창춘 룽자공항에 입국한 사역단.

선제골은 박준한(화성 에덴의교회) 장로의 왼쪽 코너킥에서 비롯됐다. 중앙 수비수를 넘어간 공이 심재휘(김해 예닮교회) 목사의 패스를 통해 반대편 현 목사에게 전달됐고, 현 목사는 논스톱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쇄도하던 성윤기(파주 포도나무교회) 목사가 이마로 골대 안에 공을 밀어 넣었다. 탄탄한 조직력으로 합작한 첫 골에 성 목사는 두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할렐루야’를 외쳤다. 30분씩 3쿼터를 뛴 결과는 6대 4, 헤브론의 승리였다.

지난 2~3일 두만강변의 북·중 국경도시 투먼에선 ‘2019 헤브론컵 연변 조선족 시니어 축구대회’가 열렸다. 55세 이상 실버들이 소속된 민속 선합 용정 장백산 흰구름 등 조선족 5개 팀과 한국의 헤브론이 첫날은 예선전, 둘째 날은 결승전을 벌였다. 올해로 16년째 지속해온 연변 조선족 축구대회로 올해도 우승은 헤브론이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헤브론과 맞붙은 용정팀의 조선족 골키퍼 리영철(63)씨는 헤브론에 네 골을 허용했지만, 표정이 밝았다. 철도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리씨는 “10년 넘게 목사님들과 축구를 해왔는데, 문명인들이어서 배울 게 많다”고 했다. 골키퍼 복장이 변변치 않아 영어로 ‘배스킷볼(Basketball)’이라고 새겨진 스웨트셔츠를 입은 그는 “내년에도 봐주는 거 없이 제 실력대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헤브론은 엿새간 여섯 경기를 펼친 중국 축구 사역에서 다섯 번을 이기고 한 번을 비겼다. 평균 승률이 90%에 육박한다. 헤브론은 성서에서 다윗이 유다의 왕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 도시의 이름이다. 승리와 약속의 땅을 상징한다. 헤브론 감독 류영수 목사는 “축구 선교를 하려면 무조건 팀이 강해야 한다”며 “어이없게 지면 상대편이 다음에 초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지 않는 축구 선교를 이어가기 위해 류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고함을 지른다. 선수들은 각자 교회를 이끄는 목사와 장로들인데 상대편에게 볼을 뺏기거나 골을 먹으면 류 감독에게 듣기 민망할 정도로 꾸중을 듣는다. 그런데도 목회자 선수들은 감독의 권위와 실력을 인정한다. 헤브론 골키퍼 서창수(진주 강남교회) 장로는 “주님의 종으로서 온전히 순종하는 맘으로 경기를 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자유롭게 목사와 장로 호칭을 하지만, 중국에선 서로를 ‘부장님’으로 불렀다. 헤브론팀이 머문 옌지호텔에는 아침 미팅 때마다 중국 정부 기관원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이 나타나 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사역단의 중국 입국 역시 쉽지 않았다. 단체 비자가 거부되고 목회자들은 종교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에야 딱 일주일 체류만 허용하는 개인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지린시에서 사역을 마무리하며 촬영한 단체사진.

이는 중국 공산당의 한국 선교사 추방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옌볜과학기술대 교수는 “중국에 파송된 한국 선교사의 70~80%가 추방되고 홍콩 시위로 공산당의 검열이 더욱 강화된 상황에서 최근 중국 판다컵 축구경기에서 우승한 U-18 한국대표팀이 우승컵에 발을 올린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중국 내 한국 기독교인과 축구인에 대한 악감정이 삼중고로 몰아닥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특수사역인 축구 선교는 더욱 빛을 발한다. 함께 공을 차며 뛰어난 실력과 깨끗한 매너로 상대의 마음을 열고 관계를 지속한다. 과거 서구 선교사들이 이 땅에 기독교청년회(YMCA)를 세워 스포츠 활동으로 복음을 스며들게 했듯, 중국의 조선족과 한족에게 축구로 크리스천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다. 류 감독은 “내년 7월엔 헤브론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중·러 국경도시인 훈춘에서 중국 전역 조선족은 물론 러시아와 북한의 시니어팀까지 함께하는 대규모 축구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린 투먼 옌지=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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