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포가축시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개시장이었다. 해마다 7월이면 개 도살과 개고기 판매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동물권단체들의 단골 시위장소였다. 이제 그런 광경은 사라졌다. 구포가축시장 점포 19곳의 폐업이 11일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상징적이게도 초복(12일) 바로 전날이다. 앞서 부산시, 부산시 북구, 업주 등은 지난 1일 폐업 협약식에 이어 열흘 간 영업정리를 했다. 개 86마리도 구조됐다. 이로써 전통시장 안에 도축시설을 갖추고 개고기를 파는 점포가 밀집된 개시장은 대구 칠성시장과 경주 안강시장 정도가 남게 됐다. 구포가축시장은 6·25전쟁 뒤 당시 부산 최대 전통시장이던 구포시장에 자리 잡았다. 60여년이 지나면서 개 도살·동물학대·악취 등으로 쇠락한 혐오시설이 됐다. 부산시와 북구는 시장 일부 공공용지(1672㎡)에 문화광장, 반려견놀이터, 반려동물복지문화센터 등을 조성해 동물과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구포가축시장 폐업은 개시장 문제 해결 방식의 완결성에서 평가할 만하다. 가장 난제인 상인들의 전업과 지원책이 조례에 근거해 마련됐다. 상인들이 2020년 신축상가에 입점할 때까지 월 313만원가량의 생활안정자금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 지방자치단체, 상인들, 동물권단체들이 소통과 협의로 상생방안을 찾아 개시장을 완전히 없앤 것도 처음이다. 이렇게라도 개 도축, 개고기 판매가 빠른 속도로 없어지길 바랄 뿐이다.

개 도살·식육 문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불거져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킨 바 있다. 한국에서 한 해 200만 마리의 개가 식육목적으로 도살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지난해 5월 동물권단체들이 발표한 ‘개고기 인식과 취식 행태에 대한 조사’(전국 만 19~69세 남녀 1000명 대상) 결과에서 ‘지속적 취식자’는 18.8%였다. 한국 인구가 5200만명 정도고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000만에 이른다. 개 식육 반대자 수가 지속적 취식자 수를 초과하는 상황이고 개 식육 혐오자들, 채식주의자들도 증가 추세다. 정부가 개 식육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동물보호법이나 동물권을 얘기하는 건 모순이다. 개에 대한 식육목적의 잔혹행위를 규제하지 않는 한 자기 소유의 ‘물건’ 처분이라는 인식의 답습일 뿐이다. 반려동물을 생명체로서 존중·보호하려는 사회적 인식변화에 맞춰 관련법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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