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일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하고 있다. 현재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제도를 민간택지에도 적용하겠다고 한다.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집값을 잡는 대책으로 꺼내 들었다. 타깃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다. 집이라는 상품의 가격을 정부가 전부 일괄적으로 정할 순 없으니 새로 짓는 집에 대해서만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지금도 간접적으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데, 분양가 상한제는 건축비를 이만큼만 쓰라고 정부가 정해주는 거여서 더 직접적인 제어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과연 집값이 안정될까.

서울 도심의 A아파트가 10억원에 거래된다고 치자. 그 옆에 B아파트를 6억원에 분양하면 A아파트 가격도 6억원으로 낮아지리라는 게 분양가 상한제의 논리다. 함정은 정부가 분양가를 결정할 순 있지만 분양 이후 시세까지 통제하진 못한다는 데 있다. B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이 새로 지어서 훨씬 시설이 좋은 집을 A아파트보다 턱없이 싼값에 팔려 하겠나. 거꾸로 B아파트가 A아파트처럼 10억원이 되는 현실을 우리는 숱하게 목격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시세의 반값에 분양한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은 전매제한이 풀리자 수억원 프리미엄이 붙어 오히려 시세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됐다. 집도 상품이고, 상품의 값은 시장에서 결정되며, 가격을 산정하는 공식은 수요와 공급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하향 안정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 공식에 따라 저분양가 아파트를 아주 많이 공급해야 하는데, 정반대 상황이 벌어질 게 뻔하다. 건설사와 조합 입장에선 싼값에 팔려니 채산성이 떨어져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빈 땅이 없는 도심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는 유일한 길인 재건축·재개발이 막히면 공급 부족에 도리어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 B아파트를 짓지 못하니 A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게 되는 것이다.

9·13 대책 열 달 만에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대출 규제로 거래를 틀어막았는데도, 3기 신도시를 여럿 짓는데도 오른다. 수요는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주택 공급은 딴 동네에 늘려선 효과가 없음을 말해주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제한적이던 공급마저 위축시켜 오히려 폭등의 멍석을 까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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