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도 없이 덜컥 시작한 코피노 고아원, 고비마다…

목회는 영권(靈權)이다 <14>

송도가나안교회가 2016년 필리핀 세부 막탄에 건립한 코피노 고아원.

40만 달러를 요구했던 필리핀 세부 고아원 부지 매입가를 18만 달러까지 낮췄다. 당시 환율로 2억2000만원이었다. 송도의 상가 개척교회 시절이라 원금은 물론이고 계약금도 없었다. 성도들과 기도하면서 계약금을 만들었는데, 초신자를 통해 절반이 채워졌다.

당시 교회에 처음 나온 여성 간호사가 있었다. 초신자가 교회에 오면 반드시 새가족 심방을 했다. 심방 때 황당한 답변이 나왔다. “어떻게 송도가나안교회에 오셨습니까.” “제가 교회 다니려고 한 것은 아니고요. 사실은 저희 집 형편이 안 좋아서 주말에 교회에서 아르바이트하려고 왔습니다.” “네? 죄송하지만 우리 교회에선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않습니다.” “아, 그럼 교회가 작아서 아르바이트가 없는 겁니까. 큰 교회에 가 봐야겠군요” “허허, 큰 교회도 아르바이트는 없을 것입니다.”

나는 이분이 아르바이트를 찾아 다른 데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 나오는 게 아닌가. 3개월이 지났을 무렵 그가 찾아왔다. “목사님, 이 돈을 코피노 고아원 땅 사는 데 사용하세요.”

1000만원이었다. 그렇게 엉뚱하게 교회를 찾아온 초신자에게 헌금을 받고 보니 ‘코피노 고아원을 짓는 데서 물러서는 일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나님께서 빗장을 치시는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잔금이었다. 한 달 후에 2억원을 줘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8000만원이 부족했다. 기도하는데 주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김 목사, 네가 정말 고아를 위해 일하기를 원하느냐. 그렇다면 네가 고아를 위해 빚을 낼 수 있겠느냐.” 말문이 막혔다. 나는 지금까지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가 아파서 병원 갈 돈이 없어도 빚을 내 본 적이 없었다.

주님께서 나의 진심을 시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명심이 아니라 진실로 고아를 도울 생각이 있는지 시험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난생처음 개인 빚을 내서 잔금을 치렀다. 그렇게 코피노 고아원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2014년 1억원을 갖고 경매에 들어가 56억원에 교회건물을 낙찰받았다.

‘교회가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고아원 건물 공사를 나중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주일날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는데 주님께서 물으셨다. “너는 나를 믿고 일할래, 돈을 믿고 일할래?”

돈은 전혀 없었다. 그냥 주님을 믿었다. 설교 시작 전 고아원 건물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선포해버렸다. 이튿날 성도 한 분이 전화했다. “목사님, 저희 사무실에 잠깐 오셔서 기도 좀 해주시겠습니까. 어제 목사님이 코피노 고아원 건축 이야기를 하실 때 돈을 드리라는 감동을 하나님께서 주셨어요.”

그는 1억원을 헌금했다. 그 돈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세부에 사는 건축업자는 섬에 거주하던 인부 150명을 데리고 나와 숙식하면서 공사를 시작했다. 빚이 많은 상황에서 매달 감당할 수 없는 돈이 들어갔다. 그때마다 가슴 저리게 기도했다. 매일매일 아슬아슬했다.

공사 중간쯤이었다. 그다음 주에 1억원을 보내줘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도무지 방법이 없다. 광고시간에 고아원 헌금을 한번 하자고 부탁해야겠다.’ 주일 광고 시간에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주님께서 내 입을 막으셨다. “너는 왜 사람을 의지하려느냐.” “아, 주님 너무하십니다. 이게 다 주님을 위한 일인데 강단에서 헌금에 동참하자는 말도 못 합니까.” “너는 지금 누구를 믿고 목회하는 것이냐?”

결국, 말도 못 꺼내고 강단에서 내려왔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밖에 없었다. 이튿날 오전 전화가 왔다. “목사님, 저희 부부 좀 만나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매일 저녁 예배가 있으니 예배 전에 새가족실로 오세요.”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다. “저희가 그동안 다른 교회에 다닐 때는 교회에 문제도 있고 해서 십일조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송도가나안교회에 와서 큰 은혜를 받고 영적으로 회복됐습니다. 기도를 하는데 주님께서 밀린 십일조를 드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서 가져왔습니다. 귀한 일에 써 주세요.” 기도를 받고 부부가 떠났다. 봉투를 열어보니 1억원 수표가 들어있었다.

김의철 송도가나안교회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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