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의 발언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 논란 촉발
효율적 활용·공정한 처우 위해 인력정책 근본적 변화 필요
美·호주는 영구체류 이민 수용… 유럽은 옛 식민지서 인력 유입
日은 우리보다 더 보수적 입장 한국 특성에 맞는 해법 찾아야


외국인의 임금 수준과 관련된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을 둘러싸고 최근 논란이 빚어졌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에서 외국인이 감당하는 역할 및 처우에 대한 사회 계층 간 인식의 간격이 여실히 드러났다. 외국인근로자 관련법 여러 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외국인근로자의 능력에 따라 임금을 달리하는 법안들과 함께 외국인근로자 차별 금지를 구체화하고 보호 및 지원을 강화하는 법안들도 발의돼 있다. 적어도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여러 경로로 입국해 국내 노동시장에서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

2019년 5월 말 현재 취업 자격을 가진 체류 외국인은 58만9000명이며, 90% 이상이 동포 외국인인 방문취업자격 소지자(24만9000명), 비전문취업자격 소지자(27만5000명) 등 단순기능 인력이다. 취업 자격을 가진 외국인 외에 15만6000명의 결혼이민자, 45만4000명의 재외동포자격 소지자, 주당 일정 시간을 일하는 것이 허용된 146명의 외국인 유학생도 있다. 불법체류자 36만437명 중 상당수는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하지 못하는 내국인도 많은데 외국 인력을 국내 시장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노동계, 노동부 등이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그래서 1991년 임시방편으로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도가 고착화되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던 우리나라 외국 인력 정책은 2003년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제대로 된 방향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고용허가제로 도입된 비전문취업자격자는 선발 단계부터 입국 후 교육, 취업 후 체류 지원까지 정부가 관여하기 때문에 권익도 잘 보호되고 외국 인력 가운데 가장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도입된 지 10여년이 경과한 고용허가제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여러 목소리가 있다.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취업 비리가 상당 부분 근절되는 등 외국인의 권익은 많이 향상됐으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고용허가제로는 고용주가 원하는 역량을 가진 외국 인력을 선발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은 외국인근로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만 등과 같이 민간이 주도적 역할을 하면 사업장 이동 제한은 논란거리 자체가 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 비전문취업자격자는 최장 10년 가까이 취업할 수 있는데, 장기간 취업으로 역량을 쌓아 숙련인이 된 이들을 돌려보내는 건 국가적으로 낭비라는 것이다. 1950, 60년대 순환 원칙에 의해 터키 인력을 도입한 서독이 산업계의 요구로 순환 원칙을 포기하고 영구체류를 허용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고용주들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외국 인력의 임금을 차별화해야 한다면 장기간 체류해 단순 기능 인력이라고 볼 수 없는 숙련도 높은 외국 인력에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줘야 하는 당위성이 생긴다.

외국 인력이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지 30여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외국 인력을 노동시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적절하고 공정한 처우를 해주기 위해서는 고용허가제의 개선을 넘어서는 외국 인력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동포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방문취업자는 고용계약서 없이 국내에 입국해 취업활동을 하고 5년 기한의 비자는 연장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 등 노동시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상당수가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취업 신고도 하지 않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외국인 어학연수생 등 유학생, 사증면제자, 단기방문자격자 등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외국인들이 전문 중개인을 통해 기획 입국해 불법체류하면서 취업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불법체류가 급증하고 있으나 정부는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말 20만명을 조금 웃돌던 불법체류자는 2019년 5월 말 36만명을 넘었고, 총 체류 외국인 중 불법체류자 비율도 10.2%에서 15.1%로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우리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건 분명하며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를 볼 때 외국 인력에 대한 우리 경제 및 사회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외국 인력의 효율적 활용과 정당한 처우에 대한 조속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OECD 회원국 등 다른 나라의 상황이나 제도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특히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미국, 호주 등 이민으로 외국 인력을 수용하는 국가는 영구체류를 전제로 외국인을 받아들인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나라들은 오래전 정착한 과거 식민지 출신자들이 저숙련 인력의 주요 공급원이기 때문에 우리와 같이 단순 기능 외국인의 대규모 유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1990년대 초 외국 인력 도입을 고민할 때 참고로 했던 일본은 우리보다 보수적인 길로 가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