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죄를 가족에게 물어선 안 돼”

수감자 자녀와 가족 지원하는 이경림 아동복지회 세움 대표

이경림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수감자 가족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대중과 일부 언론은 특정 이슈와 관련된 인물의 개인정보를 파헤쳐 공개하는 ‘신상털기’에 익숙하다. 유명 인사의 성범죄나 이혼 사유 등 개인사를 알아내 가족에게 확인하기도 한다. 세간의 입에 오르는 건 이들만이 아니다. 범죄 피의자나 가해자의 가족도 신상털기를 당한다. 자신과 무관한 사건이어도 ‘범죄자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비난이 쏟아진다.

1980년대부터 가족에게 범죄의 연대 책임을 묻는 연좌제는 사라졌지만, 구성원의 과오를 모든 가족이 짊어지는 상황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일본 가해자 지원 비영리단체(NPO) ‘월드오픈하트’ 아베 쿄코 이사장이 쓰고 이경림(55)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대표가 번역한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이너북스)는 가해자 가족이 처한 이런 현실을 담담하게 소개한 책이다.

세움은 국내 최초로 수감자 자녀와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다. 설립자인 이 대표가 번역에 참여해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가해자 가족 실태도 함께 담았다. 2015년 단체 창립 이후 수감자 자녀 120여명에게 긴급생계비와 장학금, 심리상담 등을 지원한 그를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가 이 책의 번역에 참여한 건 일본과 우리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에서다. 책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자가 10년간 연락이 끊긴 아들이란 소식을 접하고 자살을 결심하는 노부부, 범죄자 오빠를 둔 죄로 보복성 강간을 당한 여동생, 교회 돈을 도둑질한 아버지 때문에 신앙공동체에서 거부당한 딸 등 피해 사례가 등장한다. 사기 범죄자의 딸이 다니는 학교와 집 주소, 차 번호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딸 몸 팔아 빚을 갚으라’란 댓글이 올라오는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그는 “서구권은 범죄를 한 개인의 일탈 행위로 보고 있지만, 아시아는 가족의 행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아베 이사장의 경우 1200여 가해자 가정을 상담했다. 일본 사례를 들어 가해자 가족의 존엄성 보장도 중요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범죄가 흉악할수록 가족은 지우기 힘든 깊은 죄책감을 품고 산다”며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을 보는 시선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구제도 어려운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가 아니냐고 묻자 이 대표는 범죄자 아들을 둔 할머니가 보내온 편지 일부를 소개했다. “손주를 돌봐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며 ‘저희 같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적으셨어요. 상담할 때마다 거의 매번 듣는 말입니다.”

매일 새벽기도를 드리는 기독교 신자인 그가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은 가해자 가족을 조심히 살펴달라는 것이다. “범죄자는 평범한 가정에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도 분명 가해자 가족이 있을 겁니다. 자기도 모르게 일어난 범죄로 충격을 받은 이들을 교회가 비밀스럽게 품어 희망을 전해주세요.”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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