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 2000년 ‘어린이 번역’ 논의 이후 제자리… 교계도 “필요”

[어린이에겐 너무 어려운 성경] <3·끝> 한국교회 어린이용 성경은

독일 교회는 어린이들을 위한 성경인 ‘바시스 비벨’을 펴냈다. 사진은 201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전시된 바시스 비벨 모습. 국민일보DB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성경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대한성서공회는 2000년 2월 자체 학술논문집인 ‘성경원문연구’에 어린이 성경 번역을 주제로 성서학자와 기독교교육 학자들의 논문을 여러 편 게재했다. 어린이 성경 번역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대한성서공회는 어린이 성경 번역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심층 연구했다. 세계 각국의 어린이 성경 실태와 내용도 분석했다. 성경 번역을 전제로 번역과 편집 방향까지 살펴봤다. 하지만 논의는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무산됐다.

당시 ‘성경 읽기의 차원에서 본 어린이 성경 번역’을 주제로 논문을 썼던 손삼권(전 목원대 교목실장) 목사는 10일 “상당히 논의가 진행됐는데 무산돼 아쉽다”면서 “어린이를 위한 성경 번역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경을 읽히는 건 신앙교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데 어른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역개정 성경을 읽히는 건 무리가 따른다”면서 “어린이들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할 수도 있고 성경의 수많은 이야기를 동화책 형식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2000년 이후 대한성서공회 차원에서 어린이 성경 번역 논의는 제자리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어린이 성경 번역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다양한 어린이 성경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최근 어린이 성경을 제작했다.

독일의 교회학교에서는 그동안 ‘루터 비벨(Luther Bibel)’을 읽었다. 종교개혁 때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성경으로, 우리나라의 개역개정판과 비슷하다. 어려운 문장과 단어가 많아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새롭게 번역한 성경이 ‘바시스 비벨(Basis Bibel)’이다. 기초 성경이라는 의미다. 이 성경은 2010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바시스 비벨에는 신약 27권과 시편이 수록돼 있다. 구약성경은 현재 번역 중이다. 문체도 쉽지만 단문으로 구성돼 어린이들이 읽기에 편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두희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은 “독일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에게 바비스 비벨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라면서 “잘 만든 어린이 성경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대한성서공회는 현재 개역개정판을 보완한 새로운 성경을 번역하고 있다. 번역본의 이름은 가칭 ‘새한글 성경’이다. 젊은 세대들이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번역을 시작했다. 이런 취지라면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전용 성경도 나와야 한다.

고원석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성경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전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어린이 성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고 교수는 “성경 화자의 말투를 쉽게 바꾸고 삽화를 삽입하는 수준을 넘어 어린이에게 맞는 본문을 발췌한 뒤 새롭게 번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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