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보복 간담회 의미 있지만 중장기 해법 제안이 대부분…
단기 처방 위한 외교적 전략도 절실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30대 기업 총수 등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은 단기적으로 모든 조치를 다하는 동시에 일본의 규제책이 한·일 양국 간 경제 협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설득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부품 국산화 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물론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업인들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화학 분야에 강점이 있는 러시아·독일 등과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 자리를 마련한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한편 기업인들을 안심시키려 했을 것이다. 기업인들이 얼마나 허심탄회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대통령이 절박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듣고 조금이라도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날 자리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이날 공개된 기업인들의 제안 대부분은 실행에 시간이 걸리는 중장기 개선 방안이다. 당장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핵심 수출산업, 일본의 예고대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추가 조치까지 취해지면 대부분 산업에 파장을 미칠 일본의 보복 조치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추가 보복 움직임에 대해 “더 막다른 길로 가지 말라”고 경고하면서도 “정부는 외교적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화답해 주기를 바란다”며 외교적 타결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메시지가 중첩돼 발신되면서 외교적 타결을 우선하는 대통령의 의중이 곡해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일본의 일부 극우 정치인들은 실제 “한국 정부가 강경책만 내놓고 있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도 신뢰하는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대통령의 의중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채널이 긴요한 것이다. 지금처럼 오해와 편견이 쌓이고 쌓인 양국 관계에서는 물밑에서 벌이는 조용한 협상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의 추가 도발을 경고하는 강경한 목소리와 외교적 타결이 같이 가는 투트랙 전술이 필요하지만 조용한 물밑 협상이 기본이다.

잇따르는 청와대와 관련 부처 당국자들의 간담회에 기업들이 피로감과 불편함을 느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정부가 보호해야 할 기업들을 전선(戰線)에 세우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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