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계의 여유자금 규모가 26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2016년 1분기(28조8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자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기보다는 저축을 하는 쪽으로 자금 흐름이 바뀌었다. 반면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순자금조달 규모가 2017년 2분기 이후 최대인 15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10일 ‘2019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금순환은 경제주체끼리 돈을 주고받은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다. 여유자금 규모는 자금운용 규모에서 자금조달 규모를 뺀 값이다. 순자금운용은 일반적으로 투자(지출)보다 저축이 많은 가계가 담당하고, 순자금조달은 기업에서 담당한다. 가계에는 학교, 병원 등 비영리단체와 개인사업자도 포함된다. 기업은 비금융활동에 종사하는 모든 법인기업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올 1분기 여유자금 규모는 26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2000억원) 대비 8조5000억원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35조4000억원)과 자금조달(8조7000억원)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자금조달 감소폭(-14조4000억원)이 자금운용 감소폭(-5조9000억원)보다 컸다. 이인규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금융기관에서 선제적으로 예대율을 관리하고 예금 유치전이 공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가계 예금이 늘어났다.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려오는 차입금 규모도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으로의 투자가 줄면서 대출을 받기보다는 저축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비금융 법인기업의 올해 1분기 순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1분기(13조1000억)보다 2조7000억원 늘어난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은 “설비투자나 건설투자 규모가 줄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순자금조달 규모가 증가한 것은 기업 실적 악화에 기인한다”면서 “수익성이 떨어져 자금 여유가 없어진 기업이 은행 예치금을 줄이고,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최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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