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하는 트위터 팔로어를 차단한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로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개인 소유물이 아닌 정부의 공식 소통수단으로 간주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제2연방항소법원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의 ‘차단’ 기능을 이용해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발언을 하는 특정 사용자의 접근을 막았다”며 “이는 특정인의 관점을 빌미로 차별을 가한 것으로 위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지난해 5월 뉴욕지방법원의 1심 판결 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트위터 활용법은 악명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 소통의 수준을 넘어 정적과 언론을 격렬히 비난하는 창구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에게 해고 통보를 하는 수단으로도 쓰였다.

배링턴 파커 항소법원 판사는 “선출직 공직자가 개인 계정에서 타인을 차단하는 경우까지 위헌으로 간주하는 건 아니다. 소셜미디어 업체의 플랫폼 정책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 조항의 구속을 받는다는 뜻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은 공직자가 공적 용도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배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송전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트위터에 미국 유력 매체를 거론하며 “내가 이들 가짜뉴스를 믿었더라면 백악관을 차지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이에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 소속 레베카 벅월터 연구원이 “엄밀히 말하면 당신이 백악관을 차지한 게 아니라 러시아가 당신에게 가져다준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벅월터 연구원을 차단했다.

이에 벅월터 연구원은 차단당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컬럼비아대학 내 단체인 ‘수정헌법 1조 수호 연구소(Knight First Amendment Institute)’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공론장(public forum)’의 성격을 띤다고 인정하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1심 판결 직후 차단 조치를 풀었지만 항소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트위터 계정 차단은 개인적 행동으로 표현의 자유 조항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위터 계정에 ‘45대 미국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있고 행정명령 서명과 정상외교 등 공직 수행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관영 계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판결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핵 협상 및 무기 판매 관련 협의를 하고 그 결과를 트위터에 공개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파커 판사는 “계정이 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대통령이 상호 소통을 위해 특정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시각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선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 옹호론자들에게는 큰 승리”라며 “선출직 공직자가 소셜미디어 팔로어를 차단하면 위헌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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