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일자리 한파’가 자동차·조선에서 반도체로 넘어갔다. 지난달까지 제조업 취업자 수(전년 동월 대비)는 15개월째 감소했다.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는 주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자동차·조선 업종에서 줄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자동차·조선 업종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대신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업종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수출과 투자에 이어 고용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등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면 고용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은 10일 ‘6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6만6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6만8000명) 감소세로 전환한 뒤 15개월 연속 하락이다.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는 주로 자동차·조선 업종에서 줄었다. 올해 들어서 선박과 자동차 수출이 증가세를 타면서 관련 업종의 일자리 부진은 회복되고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조선업 피보험자 수의 증감폭(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4월 3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의 피보험자 수 증감폭도 올해 1월 -11만3000명에서 지난달 -7만1000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일자리 한파는 반도체로 옮겨갔다. 전자제품·전기장비 업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2월 7만1000명이었던 반도체 제조업 피보험자 수 증감폭은 지난달 4만7000명까지 줄었다. 반도체 기업 등의 설비투자가 줄면서 전기장비 피보험자 수 증감폭도 올해 3월 6만5000명에서 지난달 2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통계청도 지난달 제조업에서 사라진 일자리 6만6000개의 대부분이 반도체와 관련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동향 통계는 제조업 대분류에서 중·소분류로 더 쪼개서 볼 수 없다”면서도 “올해부터 자동차·조선 업종은 회복되고 있는 반면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제품이나 전기장비 업종 등이 나빠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최근 수요 회복 시기가 지연되면서 수출과 투자 모두 급감 중이다. 이런 상황이 고용시장에까지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반도체 관련 업종의 일자리 한파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한편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8만1000명 늘었다. 증가폭은 지난해 1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다. 15~64세 고용률은 67.2%로 6월 기준으로 1989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음식점업 고용 증가 영향이 컸다.

실업자도 동시에 많아졌다. 실업자는 113만7000명으로 6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았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60대 이상 노인들이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지원하거나 자영업에 진출하면서 실업자로 잡히고 있다. 청년층은 지방직 공무원에 응시하면서 실업자 통계에 반영됐다.

고용률이나 취업자 수 증가폭이 좋아졌지만, 고용시장의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 제조업 일자리 부진이 업종만 바꿔 계속되고 있고 자영업의 어려움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6000명 줄었다. 대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3만1000명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에 긍정·부정 요소가 혼재돼 있다 보니 신규 창업이 고용 없는 분야에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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