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데이비드 스틸웰(사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0일부터 21일까지 한국 일본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4개국을 방문한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무부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회동에 대해 “정상회담도 아니었고, 협상도 아니었으며, 두 정상 간 만남”이라고 규정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인 스틸웰 차관보의 이력은 이채롭다. 그는 미 군사언어학교에서 교육받은 뒤 ‘한국어 어학병’이라는 보직으로 미 공군에 들어왔다. 한국 오산기지·군산기지와 일본 미사와기지, 주중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중·일 전문가다. 스틸웰 차관보의 공군 인사 파일에는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통하며, 제한적으로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스틸웰 차관보의 아시아 방문 계획을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11∼14일 도쿄를 먼저 찾아 일본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어 15∼16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뒤 17일 서울을 찾아 청와대·외교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그는 서울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18∼19일 태국 방콕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스틸웰 차관보의 이번 방문은 일본의 경제보복 강행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된다. 한·중·일 전문가라 한·일 갈등을 풀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17일 지명된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13일 상원 인준 절차가 완료돼 부임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판문점 북·미 회동과 관련해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매우 특별하고 역사적인 날이었다”면서 “두 정상은 한 시간 가까이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판문점 북·미 회동을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만간 재개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의제 등을 충분히 조율한 뒤 성사되는 회담을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11일 벨기에 브뤼셀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하는 동안 북한 측 대표와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의 북한 측 파트너와 관련해선 건설적인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의 유럽 체류기간에 ‘깜짝’ 회동의 기대감이 퍼졌으나 북·미 간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9∼12일 베를린을 방문하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대표가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비건 대표의 유렵 체류기간 중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지만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북한과의 접촉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북측과) 접촉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일이 지금 계속되고 있고, 비건 대표와 그의 팀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 북·미 회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대표에게 바통을 분명히 넘겼다”면서 “그들이 북·미 대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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