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들의 밴드 결성기를 담은 ‘슈퍼밴드’(JTBC)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안방에 전하며 호평받았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파이널 무대에 진출한 밴드들인 루시, 호피폴라, 모네, 퍼플레인. 방송화면 캡처

‘슈퍼스타K’(Mnet·2009)가 물꼬를 튼 오디션 예능 붐을 타고 숱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10년간 안방을 찾았다. 이들은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통로였지만, 대부분 보컬리스트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식상함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음악적 색채와 성취보단 경쟁과 자극적 편집에만 골몰하는 때도 더러 있었다.

지난 4월 첫 전파를 탄 ‘슈퍼밴드’(JTBC)는 그런 의미에서 ‘파격’이었다. 경쟁보단 참가자들의 성장과 교감을 담백한 연출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얼개는 간단하다. 뮤지션들이 밴드를 만들고 그중 1팀의 슈퍼밴드를 가려내는 과정을 그렸다. 프로듀서로는 윤종신 윤상 김종완 조한 이수현이 참여했다.

3%(닐슨코리아)대 시청률에도 화제성만큼은 늘 상위권에 자리매김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고, 12일 생방송 파이널 무대에는 약 3만건의 방청 신청이 몰렸다. 파이널 진출자인 루시 모네 퍼플레인 호피폴라의 팬덤이 만들어질 정도로 파급력 또한 상당했다.

음악에만 집중한 기획의 힘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팬텀싱어’에 이어 슈퍼밴드로 연타석 안타를 친 김형중 PD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팬텀싱어를 통해 뮤지션들의 조합은 곧 시너지와 새로운 음악으로 이어진다는 걸 느꼈다”며 “이들이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었다. 그만큼 제작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약 6000팀(개인 포함) 중 추려진 53명의 뛰어난 실력은 기본이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참가자들 스스로가 팀을 구성하는 포맷의 힘이 컸다. 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 건반은 물론 아코디언 첼로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 기반의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비전에 맞춰 팀을 만든다. 예상치 못한 조합이 줄을 잇는다. 베이시스트 1명에 기타리스트 3명으로 팀이 꾸려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클래식 팝 재즈 국악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지는데, 시청자들은 이 실험에서 틀을 벗어난 음악의 묘미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설득력 있는 연출이 힘을 보탰다. 각 팀의 공연을 긴 호흡으로 풀어내면서 프로그램은 콘서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어필하는 일반 오디션 예능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참가자들의 갈등보단 무대 뒤 고민과 교감을 진솔하게 전한 것도 몰입감을 끌어올린 요소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형중 PD. JTBC 제공

김 PD는 “컴퓨터가 드럼과 기타 소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사람 간의 조율만큼 재밌고 멋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뮤지션들이 음악에 담은 감정이 잘 전해질 수 있었으면 했다. 공연뿐 아니라 악기를 튜닝하는 모습까지 폭넓게 담은 건 연주자들이 올곧이 음악으로 표현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슈퍼밴드는 12일 1대 슈퍼밴드를 가리는 생방송 파이널 무대를 끝으로 종영한다. 김 PD는 “시즌2에 대한 바람은 있다. 다만 슈퍼밴드에 나온 뮤지션들이 안착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며 “슈퍼밴드가 시청자들을 라이브 공연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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