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8일(한국시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16강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승부차기에서 4대 2로 이기며 8강 진출을 확정하자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 아프리카에 있지만 동남아시아인이 흑인보다 많이 정착한 고대 인도양 항해자들의 섬. 지구상 20만종의 생물 중 4분의 3가량이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고립의 섬. 어른에게 소설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로, 어린이에게 애니메이션 영화의 펭귄으로 먼저 기억되는 섬. 아프리카 동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얘기다.

마다가스카르는 세계 축구사에 존재감을 보인 적이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커녕 소속 대륙인 아프리카의 국가대항전인 네이션스컵에서도 지난 대회까지 본선에 출전하지 못했다. 19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네이션스컵 예선에서 1경기만 치르고 중도 포기한 일로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의 징계를 받아 차기 대회인 1998년 부르키나파소 네이션스컵 예선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 이력도 가졌다. 마다가스카르는 축구와 담을 쌓은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스포츠 저널리스트 애니 로렌스는 2001년 코트디부아르와의 국가대표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던 마다가스카르의 열악한 축구 환경을 이렇게 기억했다. “대표팀은 반만 지어진 호텔을 숙소로 사용했다. 선수들은 바닥에 늘어진 전선을 밟으며 객실로 이동하면서 페인트칠하는 화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어느 후원자가 대표팀 주장에게 200파운드를 지원하자 선수들은 환호했다.”

200파운드를 환산하면 29만원이다. 마다가스카르 1인당 국민소득인 53만원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금액이다. 유럽·동아시아·미주 선수들과 비교하면 18년 전 마다가스카르 선수들은 아마추어에도 미치지 못하는 환경에서 그라운드를 달려야 했다. 그야말로 개척자들이었다.

그 눈물과 땀의 결실을 이제 맺은 것일까. 마다가스카르가 올해 세계 축구계에 가장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1961년 축구협회 창립 58년 만에, 1963년 CAF 가입 56년 만에 처음으로 진출한 2019 네이션스컵 본선에서 단 1패도 없이 승승장구하며 8강에 올랐다.

마다가스카르는 본선 조별리그 B조에서 2승 1무 5득점 2실점의 준수한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나이지리아를 2대 0으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나이지리아는 과거의 명성을 잃었지만 네이션스컵 3회 우승의 전통 강호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멀티골을 넣고 클린시트(무실점)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넘어간 16강 토너먼트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2대 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 2로 앞서 8강 진출권까지 낚아챘다. 1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 알살람 스타디움에서 북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와 4강 진출권을 놓고 싸운다.

경험도 일천한 마다가스카르 선수단의 상당수는 프랑스 프로축구 하부 리그에서 뛰고 있다. 가장 이름난 선수는 전성기가 꺾인 올랭피크 리옹의 베테랑 수비수 제레미 모렐(35) 정도다. 모렐은 경험을 선수단에 전수하고 있다.

모렐의 경험과 선수단의 패기를 전술로 구현하는 지휘자는 프랑스 국적의 니콜라 뒤피(51) 감독이다. 뒤피 감독은 프랑스 4부 리그 플뢰리 기술고문이라는 ‘투잡’을 뛰며 마다가스카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뒤퓌 감독은 “우리가 승리할 때마다 마다가스카르 국민이 기뻐한다. 그것은 우리의 우선 순위”라며 “선수들에게 즐기라고 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고 성취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