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 논쟁이 내년에는 외국어고와 국제고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들은 법정 싸움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올해 탈락한 자사고의 법정 다툼과 새로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외고·국제고들로 인해 학교 현장이 한층 혼란스러울 수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 경문고 대광고 보인고 현대고 휘문고 선덕고 양정고 장훈고 세화여고 등 자사고 9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서울 밖에선 대구 대건·경일여고, 인천 하늘고, 대전 대성고, 경기 용인외대부고, 전북 남성고가 대상이다. 평가 기준점이 70점으로 지난 정부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무더기 탈락 가능성이 있다.

자사고만 대상이 아니다. 내년에는 외국어고 국제고 등도 평가 대상이다. 서울에서만 대원외고 대일외고 명덕외고 서울외고 이화외고 한영외고 등 외고 6곳이 포함된다. 서울국제고와 한성과학고, 세종과학고도 재지정 평가 대상이다. 문재인정부는 과학고는 그대로 두되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다. 올해는 자사고 24곳 중 11곳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 내년에도 상당수가 일반고로 전환될 전망이다.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내년 중3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올해처럼 ‘교육청 평가→교육부 동의·부동의→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 ‘멘붕’에 빠질 수 있다. 목표로 준비해온 학교 위상과 환경에 변화가 생기므로 진학 계획을 수정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존 재학생도 지장을 받는다. 일반고 전환 후 자사고 등에는 두 종류의 학생이 공존한다. 일반고 전환 이전에 입학한 학생은 졸업까지 기존 교육과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수월성 교육의 수요가 어디로 튈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자사고 등을 없앤다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학 서열 체제가 공고하고, 학벌이 채용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입시 부담은 줄어들기 어렵다. 따라서 진학 실적과 학습 분위기가 수월성 교육 수요가 움직이는 방향이다. 특히 고입은 대입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학생·학부모가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그간 쌓인 입시 노하우 때문에 당분간은 지역 입시명문 학교로 위상을 유지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사교육 접근성이 용이하고 교육 여건이 우수한 교육 특구 지역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점은 분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교육 정책의 불확실성을 먹고 사는 사교육이 ‘불안 마케팅’을 벌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에 5년간 20억원을 지원하고 교육과정 컨설팅도 예고했다. 하지만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입시 제도와 고교 체제는 연동된다. 예컨대 수능의 위상과 고교 성적 산출방식 등은 고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입은 ‘정시 30%룰(모든 대학이 정시에서 30% 이상 선발)’로 어정쩡하게 봉합했고, 고교학점제는 2025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입 정책이 어그러진 상황에서 교육부는 입 다물고 있고, 고교학점제나 국가교육위원회도 불투명하다. 퍼즐 조각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데 자사고 폐지만 속도를 내는 상황이어서 혼란을 줄일 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