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초등학교 학생들과 이도갑 교장(가운데 안경 쓴 이)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동구 명일초 운동장에서 아침걷기를 하고 있다. 명일초는 지난 4월부터 강동구 보건소와 손잡고 아침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자습을 원하는 학생들은 교실로 직행해도 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운동장을 걷는다. 이병주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운동장 안에는 다수의 라바콘이 원 모양으로 늘어서 있었다. 붉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 학생들이 10분 전인 20분까지 학교로 나와 아침걷기를 위해 설치해 둔 것이다. 이윽고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이 구령대에 걸린 깃발이 파란색인 것을 확인했다. 미세먼지나 우천 등으로 운동장을 걸을 수 없는 상태면 붉은색 깃발이 걸린다. 파란색은 운동장을 걸어도 된다는 의미다. 한 학생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가자”고 외치자 함께 등교한 두 학생이 뒤를 따라 운동장으로 향했다.

자습을 원하는 학생들은 교실로 직행해도 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실로 가는 대신 운동장에 가방을 놓고 걷기 시작했다. 오전 8시40분이 되자 수백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원래 오전 9시였던 등교시간이 30분 당겨졌지만 학생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운동장에 나올 수 있어 신이 난 듯 친구들과 손을 잡고 달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안전을 위해 뛰지 말라는 지시가 담당 교사로부터 내려졌지만 평소 운동에 목말랐던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운동장을 내달렸다. 천천히 걸으며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학생들도 있었다.

명일초 관계자는 “요즘 미세먼지가 없어 아이들이 계속 걸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오전 9시가 다가오자 다소 더운 날씨에 학생들의 얼굴이 이내 땀으로 번들거렸지만 모두 웃는 표정으로 교실로 들어갔다.

명일초는 지난 4월부터 강동구 보건소와 손잡고 아침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도갑 명일초 교장은 “이전에 아침운동이 학생들의 친구관계, 자아존중감 상승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을 보고 꼭 아침운동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 아침걷기 시행 이유를 밝혔다. 이 교장은 이어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학교를 다니는지 알고 싶어 매일 함께 걷는다”며 “일단 해보니까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 정말 좋다”고 흡족해했다.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수많은 아이들이 신나는 표정으로 이 교장 옆으로 달려와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명일초는 아침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3월부터 관심 증진을 위해 학생들에게 표어를 공모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커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살빼자 명일초’, ‘명일초 런닝맨’등 재미있는 표어들이 모였지만 ‘책보다 걷기가 낫지 않아?’라는 문구가 표어로 선정됐다. 표어대로 학생들은 아침부터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기보다는 아침 바람을 쐬며 걷는 것을 선호했다. 명일초 1000명이 넘는 학생들 중 대부분이 교실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오전 30분을 보낸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혹서기인 7월부터는 잠시 아침 걷기가 중단된다.

최근 운동시간이 크게 줄어든 학생들에게 아침걷기 시간은 의미가 크다. 명일초 관계자는 “학생들이 게임을 하느라 운동시간이 확실히 적어졌다”면서 “아무래도 아침에 20분 이상 걷는 것이 정신이나 육체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뛰다가 다치는 것을 걱정했지만 그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학교 폭력도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넘치는 에너지를 운동장에서 발산하니 교실에 와서 많이 차분해지고, 공부할 준비도 잘 되는 것 같다. 학생들의 태도가 아주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도 “아이들이 흙도 밟고 살아야하지 않겠나”라며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아침걷기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배준한(12)군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걸으니까 아주 재밌다”며 “내가 설치한 라바콘을 따라 친구들이 걷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나도 아침에 조금 더 부지런해지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윤진영(11)군도 “평소 학원에 다니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었는데 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며 “걸으면서 잠을 깨고 가니 도움이 된다. 먼저 운동을 하는 게 오히려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윤지(11)양은 “부모님도 내가 아침마다 걷는다니 좋아하신다. 매일 걷고 싶다”며 웃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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