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건 김대중정부 중반기인 2000년이다. 그해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됐다. 당시엔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재 재판관 등 23개 직위가 청문 대상이었다. 법이 제정된 직후인 2000년 6월 26~27일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첫 인사청문회가 실시됐다.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에는 국회의 임명동의 대상이 아닌데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권력기관 ‘빅4’의 수장들이 청문 대상에 포함됐다. 2005년에는 대상이 장관 등 국무위원으로 확대됐고 2014년에는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추가됐다.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고위 공직후보자의 적격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흠결이 드러나 낙마한 후보자들이 부지기수다. 인사청문회는 부적격 후보자를 걸러내고 고위공직을 꿈꾸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냈지만 부작용도 낳았다. 도덕성과 업무능력 검증이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신상털기, 망신주기식 인신공격으로 변질되면서 유능한 인재들이 후보자 제의를 고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조만간 큰 폭의 3기 개각이 단행될 예정인데 마땅한 후보자를 찾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여권에서 감지되고 있다.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탕평 인사를 건의해 달라’는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게 싫어 후보자를 사양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답변했다. 장관은 원내대표를 지낸 중량급 국회의원들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선망하는 자리다. 그런데도 고사하는 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자신이 없거나 과오, 사생활이 속속들이 까발려지는 상황까지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일 게다. 장관 인사 검증을 제안하면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차관을 하겠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검증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장관 인재 구하기가 왜 이리 어려울까.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들이 드문 것일 수도, 좁은 인재 풀만 바라보느라 널려 있는 인재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적임자라고 공감하는 후보자가 가물에 콩 나듯이 드문 우리의 현실이 씁쓸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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