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44)] ‘북한에 735일 억류’ 케네스 배 선교사

“억눌린 북 주민 인권 위해 목소리낼 것”

케네스 배 느헤미야글로벌이니셔티브(NGI)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사무실에서 북한 인권 운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북한에 억류됐다가 735일 만에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51·한국명 배준호) 느헤미야 글로벌이니셔티브(NGI) 대표. 그의 삶은 억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류 이전엔 북한에서 ‘하나님 나라’가 그곳에 임하도록 비밀리에 기도했던 ‘기도형 선교사’였다면, 이후엔 북한 및 탈북민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는 ‘전투형 선교사’로 탈바꿈했다. 2016년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 브라질 홍콩에 본부를 둔 NGI를 세우고 지금껏 탈북민 89명을 구출해낸 배 대표를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북한 억류 기간 겪은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의 변화 계기를 밝혔다. 배 대표는 “나의 구명을 위해 전 세계 17만 7000여명이 미국 백악관 청원에 동참했고 450명 이상이 편지를 보내왔다. 주님과 이들이 끝까지 기억하고 격려했기에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것”이라며 “자유 없이 비참하게 사는 북한 주민에게도 ‘여러분을 잊지 않고 기도하는 사람이 있으며 주님이 지켜보고 계신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 인권’은 보수 진영이 중시하는 이념적 이슈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는 이념을 넘어 기독교인이라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북한 주민을 대신해 그들의 ‘목소리’가 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19세기도 아니고 미성년자가 이웃 나라에 팔려가고 인권 유린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남한은 그렇지 않다며 무관심하게 외면해선 안 된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더욱 북한 인권 현실에 관심을 갖고 기도하며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배 대표는 통일의 주체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은 평화통일보다 체제 유지와 안정적 집권을 우선하기에 인권 개선이나 개혁개방 등 변화를 원치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다.

배 대표는 “비핵화는 북한 정권을 보장한다는 전제로 진행하는 것인데 비핵화가 된다 해도 북한이 통일을 원하진 않을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하며 교류·협력을 해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을 다녀보니 남한과 문화가 너무 달라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독이나 소련처럼 하나님의 때가 되면 통일이 도적처럼 올 것이라 본다”며 “북한의 두꺼운 벽이 무너지는 그날을 위해 한국 그리스도인이 북한에 전할 사람과 재정, 성경을 함께 준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을 위해 정부와 교회가 구명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그는 “아무리 남북관계에 긁어 부스럼이 될 것 같아도 정상 국가라면 자국민 구출과 생사 확인을 첫째 국정과제로 삼는 게 맞다”며 “이분들 모두 탈북민 사역을 해온 선교사로 알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잊지 말고 기도하며 구명에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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