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에서 나란히 펄럭이는 유엔기와 태극기. 11일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에 일본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유사시 자위대가 유엔기를 들고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가 본격적으로 역할 강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된 뒤부터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미국 입장에선 현재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군 주도의 유엔사 역할이 중요하다. 이른바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유지를 위한 유엔사 역할론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나 한반도 평화체제 과정에서 미군과 유엔사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 군 당국과 유엔사가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참여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사 역할 강화 시나리오가 나도는 이유다.

유엔사는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것은 미 합동참모본부다. 유엔사 확대 시나리오에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다국적 군사기구를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서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정보 공유, 상호 운용성, 통합훈련 및 전략 기회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전력제공국 및 같은 의견을 지닌 국제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엔사는 한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미국 18개 국가로 구성돼 있다. 6·25전쟁 당시 유엔의 참전 요청에 의해 병력과 물자를 지원한 국가들이다. 이 가운데 전투부대를 파견했던 16개국이 한반도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보낼 수 있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이다.

미국으로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 시점에 일본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참여할 경우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일각에선 독일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군 당국은 부인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유엔사 연락관 파견 의사를 국방부 당국자에게 타진했던 독일은 6·25전쟁 직후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독일의 연락관 파견과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한 일은 없다”며 “독일의 유엔사 연락관 파견은 전례에 비춰 가능하지만 6·25전쟁 참전국들만 참여한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독일을 포함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유엔사 역할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때뿐 아니라 재임 중 여러 차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주둔 비용 문제를 지적하며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 단계에서 미국이 한반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사 역할을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엔사 확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미군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그러나 유엔사는 이날 “유엔사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 군 4성 장군이 이끌어갈 연합사령부 전환에 따른 새로운 연합방위 체계로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사를 작전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