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운동은 사역 중심에 평신도… 목회자는 격려하고 도와야

FX좌담, ‘새로운 교회’ 찾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


새로운 교회의 존재 양식을 찾아가기 위한 고민이 ‘교회의 신선한 표현(FX·Fresh Expressions)’ 운동으로 귀결되고 있다. 국민일보와 변혁한국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한국형 FX운동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FX, 한국에선 어떻게 꽃피울까’를 주제로 한 좌담회엔 필립 포터 영국성공회 사제와 황성주 변혁한국 의장, 현장에서 FX운동을 이끄는 목회자 등이 참석했다. 포터 사제는 “FX운동의 출발선에 선 한국교회가 연합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감대 안에서 희망의 미래를 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FX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교회론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기존교회와 FX운동이 소통하고 협력해 상호보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참석자>

·필립 포터 사제 (영국 성공회 FX담당)
·황성주 목사 (변혁한국 상임의장)
·변창배 목사 (예장통합 사무총장)
·박동찬 목사 (일산광림교회)
·김상인 목사 (움직이는교회)
·김선일 교수 (웨신대)
·허대광 목사 (성음교회)
·이남정 목사 (바람빛교회)
·사회: 주상락 목사(아현성결교회 전도담당)
·통역:이용규 영국 선교사



-필립 포터 사제는 이번에 FX운동에 참여한 한국의 목회자들을 많이 만났다. 느낀 점이 있나.

필립 포터 사제= 한국 목회자들의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새로운 교회를 열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 한국교회는 전 세계로부터 좋은 걸 받아들여 더 나은 걸 만드는 데 탁월하다고 들었다. 비판적 의견도 있다. 우선 용어의 통일이 필요하다. 영국에서도 FX에 대한 20가지 다른 해석이 있었다. 한국교회는 일치된 의견을 가져야 한다. 경제학에 혼합경제(mixed economy)란 개념이 있다. 정부가 경제활동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FX운동에서 기존 교회와 관계도 이래야 한다. 새로운 교회들과 기존 교회가 함께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기존 교회와 새로운 교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무의미하다. 통합에 희망을 둬야 한다. 나의 경우 ‘혼합된’(blended)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기존 교회와 새로운 교회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오랜 경험을 가진 영국은 FX운동에 참여한 85% 이상의 교회가 기존 교회와 함께 사역한다. 호수와 강이 섞여 상호작용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양 날개를 펴 날아오르는 새를 생각해 보라.

무엇보다 평신도가 중심이 된 사역을 해야 한다. FX운동에서 목회자는 평신도가 잘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 한국교회 문화에서 지도력 문제는 영국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알고 있다. 뚜렷한 서열(heirarchy)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교회에선 일반 신자들의 지도력이 존중받아야 한다.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건 FX운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다. 수많은 네트워크들이 또다시 하나의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 이게 FX운동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FX운동에 관심이 한국교회의 관심이 크다. 변혁한국 상임의장인 황성주 목사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황성주 목사= FX운동의 대상은 기존의 성도들이 아니다. 교회를 다니다 떠난 사람이나 다니지 않는 사람이 대상이다. 따라서 기존 교회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데 방점을 찍은 사역이다. 기존 교회가 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사역하는 것이다. ‘분교형 전도’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교회에 발을 딛고 복음을 전하는 게 아니라 전도 대상자들이 있는 가운데로 들어가 그들과 호흡하며 복음을 전하는 걸 의미한다. 실제 경험해보니 복음의 성육신 차원에서 반응이 좋다는 걸 알게 됐다.

-서울 홍대 주변 젊은이들 속으로 들어가 ‘움직이는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상인 목사는 FX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다.

김상인 목사= 새벽 홍대 거리에서 수많은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소돔과 고모라’ 같은 지역이다. 그래도 청년들의 관심이 크다. 복음에 대한 호기심이라 생각한다. 우린 이곳을 약속의 가나안 땅으로 만들려는 소망이 있다. 사역 초반에는 급변하는 환경을 어떻게 목회에 적용할까 고민했다. 처음부터 기존 교회 사역을 보완하기로 했다. 교회 밖에서 시작한 이 사역을 기존 교회와 연결한다면 훌륭한 소통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새벽 홍대거리는 ‘땅끝’이다. 기존 교회들이 단기선교팀을 파송하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FX운동은 개척교회도 할 수 있다. 단 한 명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전통교회에서 FX운동을 시작한 사례도 있다. 박동찬 목사는 중·고등부와 청년 사역에 FX개념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박동찬 목사=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게 했다. 자기들이 만든 공간이어서인지 참여율이 높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 바둑 동아리가 바둑을 잘 두는 친구를 초청하는 식이다. 이런 사역을 5년 전부터 시작했다. 청년들에겐 창업 지원도 한다. 어느새 잘나가는 커피전문점이 세 개나 된다. 청년들은 이곳을 교회라 부른다. 삶의 현장이 복음의 자리인 셈이다. 100개 창업이 목표다. 다만 기존 교회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자꾸 돌아가려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남정 목사는 대형교회 부교역자로 오래 사역한 뒤 FX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남정 목사= 부교역자 사역을 대형교회에서 했다. 그런 배경을 갖고 FX운동을 하다 보니 느끼는 점이 많다. 우선 교회를 새롭게 하려면 그동안의 습관과 행동, 프로그램 중심의 사역이나 특유의 문화 등을 모두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 없이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신선하게 사역하자고 해도 뿌리가 새롭지 않으면 안 된다. 제자훈련으로 양육된 사람들은 교회에선 뛰어나지만, 밖에선 아무것도 못 한다. 축구장이 아닌 야구장에서 교인들에게 축구 규칙을 가르친 뒤 야구 경기에서 이기라고 하는 건 난센스다. 새로운 교회는 모든 게 새로워야 한다. 새로운 교회에 맞는 사역을 해야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허대광 목사도 보수 교단 소속 목회자로서 FX사역의 선구자로 활동 중이다. 현실이 어떤가.

허대광 목사= FX운동이 자리 잡으려면 교계의 격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 안에서 선교적 교회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다. 그런데 FX운동이나 선교적 교회에 참여한 목회자 중엔 예장합동 소속이 압도적으로 많다. 교단의 관심과 현장 사이에 괴리가 크다. 개인적으로 10여년 동안 선교적 교회에 관심을 두고 사역했는데 이번에 한 가지 오해를 풀었다. 나는 이 사역이 목회자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이번 포럼에 참여하면서 일반 신자에게 최적화된 사역이라는 걸 알게 됐다. 평신도를 격려하고 세워서 사역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엔 이만한 게 없다.

-예장통합 총회가 하는 마을목회 역시 FX운동과 관련이 크다고 본다. 교단 차원의 FX운동도 가능성이 있나.

변창배 사무총장= 마을목회는 예장통합 교단의 생명살리기 운동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엔 마을목회 사례를 찾는 게 어려웠는데 이제는 매우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마을목회의 신학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장통합 소속 교회들이 140개 넘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기관만 100개가 넘는다. 따져보면 한국교회는 애초부터 선교적 교회였다. 130년 동안 그랬다. 선교 초창기에 평신도 지도자인 권서(勸書)들이 성경을 보급했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한국교회는 평신도 지도력이 큰 교회다. FX운동이 지향하는 가치관이 상당 부분 내재해 있는 셈이다.

-신학대 내부에선 FX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가.

김선일 교수= FX가 ‘신선한 표현’을 염두에 뒀다면 이전엔 왜 신선하지 못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영국교회가 가졌던 문제의식이 우리 안에도 적용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사실 한국에선 FX보다 선교적 교회 개념이 먼저 들어와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영국과 미국의 새로운 시도들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을까. FX운동이 주는 유익이 크긴 하지만 그에 앞서 신학과 교회론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또 다른 유행이나 프로그램으로 그칠 수 있다. 신학교에서도 이 주제를 끌어안고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정리=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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