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새벽 전원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240원)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전날 사용자 측이 제시한 최종 요구안으로, 월 환산액(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은 179만5310원이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9년(2.69%),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2.75%)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이번 결정을 ‘최저임금 참사’로 규정했고, 민주노총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로 간주하며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내년 인상률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지난 2년 간 최저임금이 29% 올랐고 그로 인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의 경제보복이 겹쳐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반영하는 수준인 이번 인상률이 낮다고만 볼 수 없다. 노동자 측의 최종 요구안(6.35%, 8880원)과 거리가 있지만 내년 최저임금은 중위소득의 60% 수준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결코 낮지 않다.

지급 여력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직원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결국 피해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일용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인건비 부담마저 늘어 폐업의 길로 내몰리는 영세 자영업자들도 피해자다.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지난 2년 간 우리가 경험한 일들이다. 노동계는 불만이 있겠지만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결정을 수용하길 바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들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중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지난해 15.5%다.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저소득 노동자들을 정말 걱정한다면 최저임금 인상률에만 신경쓰지 말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불공정 거래 질서를 개선하는 등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 여력을 높여 주기 위한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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