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의 강원도 ‘삼척항 입항 귀순’을 계기로 불거진 군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방부는 해상 노크 귀순 사건의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책을 발표했지만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일탈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발생한 초병의 근무지 이탈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 군 기강 해이 차원을 넘어 ‘과연 군 기강이 있기는 있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사건은 경계병들이 거동 수상자 발견→도주→간부의 허위 자백 제안→병장의 거짓 자수→허위 자백 들통의 흐름도를 따라 은폐·조작이 이뤄졌다. 한 초병이 음료수를 사러 자판기에 다녀오다가 벌어진 근무지 이탈 사건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온 것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사건을 보고받았다. 한심한 보고 체계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삼척항 노크 귀순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인 12일 다른 북한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쪽으로 20㎞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됐다. 순찰을 돌던 해경이 강원도 고성 해안가로부터 불과 30m 떨어진 해상에서 길이 9.74m인 목선을 발견한 것이다. 이번에도 목선이 해안가까지 접근하는 동안 군의 해상·해안 감시 전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해안 경계망이 또 뚫렸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공군의 한 부대장이 비상대기 중인 부하 조종사에게 헬기를 타고 전자담배를 지인에게 갖다 주라는 심부름을 시키고 폭언을 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공군이 감찰에 착수한 사건도 벌어졌다. 이 부대장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부대원들에게 면세 담배를 사오라는 지시를 했다고 청원인은 주장했다. 경기도 한 육군 부대 병사 5명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군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한 병사는 960차례 총 1억8000만원 규모의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장병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3득(소통·학습·창조적 휴식)과 3독(도박·음란·보안 위반) 캠페인을 비웃기라고 하듯 도박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경계에 실패한 군, 은폐·조작을 일삼는 군, 갑질하는 군, 도박에 빠진 군. 국가 안보를 맡고 있는 우리 군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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