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정치에 동원해 궁색한 억지와 비논리로 일관… “일본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자국 언론 지적 유념해야

잘못 꿴 첫 단추가 연쇄적 오류를 부르듯 수출규제를 강행하는 일본의 억지와 비논리적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태는 일본이 정치·외교의 문제를 무역에 끌어들여 자신이 주창해온 자유무역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면서 시작됐다. 세계무역기구에서 다투게 되자 명분의 취약함을 의식한 듯 한국에 수출된 화학물질이 북한으로 간다는 이상한 주장을 폈다. 한국 정부가 강하게 반박하며 국제기구 검증을 제안하니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 사안은 안보가 아닌 무역관리의 문제라는 투로 말을 바꿨다. 도쿄에서 12일 열린 양국 실무회의는 창고 같은 공간에 간이의자를 놓고 진행됐다. 한국 대표단이 언론에 결과를 설명하며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히자 “그런 요구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한국 측이 다시 “규제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재확인하니 “회의록에 ‘철회’란 단어는 없다”며 황당한 트집을 잡았다. 이렇게 궁색한 논리로 한국에 대한 경제 공격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아베 신조 정부는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한국과의 ‘신뢰’ 문제를 언급했는데, 지금 신뢰를 잃어가는 것은 일본이다.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나라라는 근본적 신뢰가 흔들렸고, 경제를 무기화한다는 국제사회의 불신을 자초했으며, 억지 주장과 치졸한 행태는 일본을 미래지향적 파트너로 바라보던 한국 내 지일파 여론의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본 언론이 그것을 지적하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수출규제 조치가 국제법 위반이냐 아니냐를 떠나 일본의 신뢰도는 크게 흔들렸다. 정부 당국자가 ‘이런 일은 해선 안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는 글을 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국제경제 무대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저하되고 고객이 떨어져나가는 ‘일본 이탈’ 현상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치가 일본에도 극약이 될 수 있다는 자국 언론의 지적을 아베 정부는 귀담아듣기 바란다.

일본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발단은 강제징용 문제였다. 한국 정부가 이를 정치적,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소극적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수출규제 발표를 앞두고 제시한 타협안은 타이밍이 너무 늦은 탓에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달 18일(일본이 징용 문제 중재위 설치를 요구하며 제시한 시한)과 다음달 22일(한국을 안보상 우호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의 예상 시점) 등 사태가 더 확산될 수 있는 몇 가지 분기점이 있다. 정부가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을 텐데, 실기(失期)의 패착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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