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어려워진 데 대해 사과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언론 브리핑을 통해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올해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에는 직접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2~3%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향을 흘렸고 실제 그 결과대로 됐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여러 차례다. 그런데도 거듭 사과한 것은 특히 노동계의 반발이 부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과다 인상이 가져온 암담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처분소득 향상을 통해 소비와 기업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의 이론은 말 그대로 이론일 뿐이다.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급증에 조업시간 단축과 인력 감축으로 대응했다. 이로 인해 빈곤층의 소득이 더욱 줄어드는 역효과가 분명해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성장은 물론 분배도 악화시키는 실패한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건 자영업자다. 이들은 정부가 조직화되지 않은 자신들의 목소리는 흘려듣는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똘똘 뭉친 노동계에는 쩔쩔맨다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동계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까지 겹쳐 핵심 대기업에도 빨간불이 켜진 위중한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의 피해의식과 박탈감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도 대선 공약에 대해 더욱 유연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약속 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조건과 환경이 달라질 수 있고, 약속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여권이 조변석개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지만 현실에 맞지 않고 나쁜 결과가 눈에 보이는 데도 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국익을 해치는 것이다. 여권은 역효과가 분명해진 다른 공약에도 실용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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